매일신문

[경제 칼럼] 빛공해 저감을 위하여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법조윤리협의회 전문위원, 대한공증인협회 조사위원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법조윤리협의회 전문위원, 대한공증인협회 조사위원

야간의 과도한 인공조명은 공해
사람도 밤낮 주기대로 살 권리
충분한 휴식 수면 취할 수 있게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때

2019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350원으로 올랐다. 사용자,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인건비 인상에 의한 비용 증가에 불만이 크고,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도 1만원의 최저임금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져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불만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형 성장 정책의 일환이나, 당장은 자영업자에게 늘어난 소득에 의하여 수요가 촉진되는 면보다 원가 인상의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아쉽다. 아무튼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적용과 함께 여가를 보다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 따라서 저녁 시간을 더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최저임금을 화두로 꺼내었으나, 이번에는 일과 직장을 벗어나 시간을 보낼 저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아직도 저녁이라고 하면 휴식에 돌입하는 시간이라기보다 어둠을 밝혀 일을 연장해 나가거나, 낮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활동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 때문에 거리의 가로등이나 상가나 주택의 조명 등으로 밤이 따로 없다. 물론, 밝아진 밤은 사람의 활동 시간을 연장시켜 주고, 아마도 치안 수준도 훨씬 높여 주었을 것이다.

하나, 사람도 밤낮의 주기대로 일과 휴식의 순환을 자연스럽게 겪는 게 일의 능률이나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 각자의 삶도 더 윤택하게 된다. 멜라토닌은 어둠에서 더 잘 분비되고, 생체 리듬을 조절해 수면이나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성장호르몬은 멜라토닌과 마찬가지로 밤에 수면 중일 때만 생성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 역시 야간에 밝은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영양성장만 하고 생식성장을 하지 못하여 수확량이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예전에 갖가지 조명으로 휘황찬란한 모습을 갖는 선진국과 조명이 부족하여 어둠에 싸인 후진국의 밤 풍경을 대조적으로 촬영한 위성사진과 영상물이 보도된 적이 있다. 낮처럼 밝은 밤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 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양 과시되던 때가 있었다. 하나, 건강과 삶의 수준을 얘기하자면 어둠을 부정적으로 보아 이를 해소하려고만 노력하는 건 반드시 옳은 대응은 아니다.

과거 경제성장기에는 치안 유지와 야간의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가로등 설치가 절실하고도 추구할 목표였으나, 이제는 적절히 어둠을 밝히면서도 사람들의 야간 휴식에 지장이 없는 가로등으로 밝기나 빛 방사를 조절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밤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후유증은 낮의 일이나 연구, 학습에 그대로 이어진다. 다소 비약이겠지만, 밤이 어둡지 못하여 초래된 일이나 학습의 능률이나 성과의 저하는 길게 보면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부득이 야간작업을 하여야만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겠으나, 보통의 생활 주기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라면 이제는 어둠을 향유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국가도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최근 야간에 필요 이상의 인공조명으로 인한 피해를 광해 내지 빛공해(light pollution)라 부르며 공해의 한 유형으로 보아 법적 규제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관련 법령(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서는 고작 두 페이지 분량의 '빛방사 허용기준'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법적 규제에 앞서 야간의 과도한 조명은 공해가 될 수 있고 타인의 삶의 수준을 저해할 수 있다는 개개인의 인식이 필요하며, 적절한 조명의 규제가 사람의 건강, 일의 능률이나 성과와 직결되는 경제적 환경 개선에 해당한다는 점을 크게 공감하여야 한다. 밤하늘의 별빛을 쐬며 별자리 관찰을 즐기는 낭만도 빛공해가 잘 통제될 때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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