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근길 거리로 나선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에게 쏟아진 이야기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 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지금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데…. (임금부담이 너무 커서) 될 수 있으면 종업원 안 쓰고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까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다, 무인 시스템 가동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청 인근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 국민과의 소통시간을 갖자 이 호프집 이종환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온 문 대통령에게 솔직한 심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비판이 나와도 작심하고 듣겠다는 듯 "오로지 듣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왔다.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했나"고 물어보자 이 대표는 "23년 했다. 그런데 나는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대를 이어 하면 얼마나 좋나. 일본은 호프집ㆍ식당 하면서 대를 이어 성장시키는 데 그게 굉장히 아쉽다"며 우리나라에서 장사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하소연했다.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변양희 대표는 "대통령님이 최저임금 인상하셔서 오늘도 알바가 오전, 오후 필요한데 공고 내도 안온다. 젊은 친구들이 커피숍 알바, 서빙 이런 데로 가지 도시락 싸는 건 힘들다고 안온다. 내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 돈을 모으고 그런 건 상관이 없다.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 발표한 이후로는 저녁에 배달도 없다.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태희 씨 역시 4대보험 비용 때문에 편의점 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로 호소했다.

청년구직자들의 고단한 얘기도 나왔다. 4학년 2학기를 곧 맞이한다는 대학생 이찬희 씨는 문 대통령이 "스펙, 자격증 따는 데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드는가"라고 묻자 "한 달에 80만원 이상 든다. 현재 자격증 3개 준비하고, 학원만 4개 다닌다. 교통비, 식비 포함하면 87만원 정도다. 나도 취업시장 들어오면서 이렇게 돈이 들지 몰랐다. 힘들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기르는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안현주 언어치료사는 "쌍둥이를 낳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 대학병원에서 일했었다. 일자리에서도 급여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내가 이제 돌아가야 한다면 아이를 돌보면서 돌아갈 일자리를 찾아야한다"며 어려움을 얘기했다.

한편 이날 호프집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당초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행사라는 취지로 선정됐으나, 청와대는 행사 시작 10분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호프집에는 청년 구직자 3명, 편의점·서점·음식점·도시락업체 등을 경영하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5명, 근로자 1명 등이 참석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행사 취지에 대해 "퇴근길에 가볍게 시민을 만나는 행사를 갖자는 방안은 여러번 얘기가 나왔지만 그동안 성사가 안됐다가 휴가 가기 전에 성사됐다"며 "대통령이 가볍게 하지 말고 지금 경제 문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취업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해 콘셉트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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