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 '식량 일기' '풀 뜯어 먹는 소리'.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생소할 수도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도시다움을 상징하는 연예인들이 이름도 모르던 채소와 동물을 키우며 결실의 기쁨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워간다. 이는 농업과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이 미디어에 반영된 결과다.
우리는 왜 이렇게 전원생활에 대해 향수와 호기심을 느끼는 것일까? 1983년 항공사진에 대구 황금동, 산격동, 이현동의 농경지에 일렁이는 황금 물결이 보이는 것처럼, 불과 2세대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된 근대화는 그 이유 중 하나다. 농업사회를 경험한 중장년층은 자연 속 삶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기 마련이다. 또한 환경문제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 3대 대도시인 대구도 농업을 품기 시작했다. 도시농업이란 도시에 있는 토지, 건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도시농업 참여자는 2010년 15만3천 명에서 2016년 160만 명까지 급속히 늘었으며, 정부도 그에 발맞추어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대구시 또한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다양한 육성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 대표시책이 지난 4월 고모동과 죽곡리에 조성된 도시공영농장(도시텃밭)이다. 17.5㎡(약 5평)의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나누며 이웃의 정을 확인하는 것은 도시농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큰 행복이다. 한번은 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분께 힘들진 않은지 물어본 일이 있다. "내가 키우니 안심할 수 있고, 다른 농작물과는 맛이 달라 뿌듯하다" "농산물이 비싸다는 불평이 사라졌고,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는 대답은 도시농업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도시농업이 지역 농산물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대구에도 8천593가구, 4만3천743명(인구의 1.76%, 2016년 기준)이 깻잎, 미나리, 벼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는 미나리, 연근, 체리 등 전략작물을 집중 육성하는 한편,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도시 수요자를 연결하는 등 전업농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염려와는 달리 도시농업 활성화는 지역 농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도시농업으로 높아진 농업에 대한 이해도는 더 많은 국산 농산물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업농에도 이득이 된다.
다산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전하는 교훈이 담긴 '하피첩'에서 "형편이 힘들면 서울 근교에서 과수와 채소를 재배하며 생계를 꾸리라"고 권유했다. 실로 실학자다운 시각이자, 도시농업의 경제적 가능성까지 내다본 충고라 생각된다. 오늘날 도시농업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도시민과 농민을 잇는 가교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단지, 상가, 아파트로 가득할 것이라 여겨지던 대도시가 그 땅 한쪽을 도시농부에게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6일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제6회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도시텃밭에서 만들어가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대구시민들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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