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옛 버스터미널 이전터들 '개발' 뜬소문만 파다… "규제 많고 땅값 비싸 사업성 ↓"

대구 마지막 '노른자 땅' 되긴커녕 '요란한 빈수레' 우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과 함께 빈 터로 남은 옛 버스터미널 부지들에 대한 개발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대구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대규모 개발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구시 규제와 비행안전구역, 값 비싼 투자 비용 등에 묶여 실제 개발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 대구 마지막 노른자땅에는 2년째 뜬소문만

13일 오후 찾은 옛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은 회색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채 바람소리만 요란했다. 폐쇄된 옛 중앙고속터미널 건물에는 '유료 주차장'이라는 노란 현수막만 펄럭였다.

수성구 남부시외버스터미널(이하 남부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3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고, 일부 터에 입주한 음식점과 커피숍이 영업 중임을 알리는 입간판만 눈에 띄었다. 대형차량 차고지로 이용 중인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이하 동부정류장)에는 고속버스나 트레일러 등 차량들만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 부지는 2016년 12월 12일 흩어져있던 터미널들이 동대구복합환승센터로 통합 이전하면서 문을 닫았다. 남은 터는 인근 상가 방문객들의 주차장이나 대형차량 차고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이 사무용 초고층 빌딩이나 주상복합아파트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신세계백화점과 동대구역과 마주한 고속터미널 부지는 물론, 동부·남부정류장 부지도 이른바 '금싸라기' 땅이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인 대구 도심에서 당분간 나오기 힘든 1만㎡ 이상의 대규모 부지이다보니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땅값도 크게 뛰었다.

그러나 폐장 후 2년 가까이 흐르도록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속터미널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워낙 입지가 좋고 규모가 크다보니 초고층빌딩이나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개발 소문이 날 때마다 주변 땅값도 요동친다"고 귀띔했다.

◆ 구체적인 계획 세워진 곳 거의 없어

여러 소문 가운데 실제로 개발이 구체화된 곳은 오피스텔 건축이 확정된 고속터미널 뒤쪽 1천762㎡ 부지가 유일하다. 이는 1만2천821㎡에 달하는 고속터미널 후적지 전체 면적의 13%에 불과하고, 위치도 동부로와 직접 접하지 않아 다른 터 개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한진, 동양, 중앙고속터미널 부지는 뚜렷한 개발 계획이 없다. 2016년 부지를 소유한 3개사는 주상복합아파트 공동건립안을 대구시에 제출했지만, 난개발을 막고자 시가 일대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무산됐다.

그나마 올 6월 동양고속터미널 터는 지역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렸지만, 한진과 중앙고속터미널 부지는 여전히 개발 방안을 검토만 하고 있다. 한진고속터미널은 한진그룹이 고속버스 사업을 정리한 뒤에도 계열사 소유로 남아있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사용하지 않는 건물인데도 건물 보강 권고가 자꾸 내려온다"는 이유로 철거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올해 초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이후로 관련 협의가 전면 중단됐다. 중앙고속 역시 별다른 개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동부·남부시외버스정류장 터는 토지 소유주인 코리아와이드 경북 측이 개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용역을 발주하는 등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와이드 경북은 2016년부터 운영 보증금 등 650여억원을 투자해 동대구복합환승센터를 운영 중이다.

코리아와이드 경북 관계자는 "복합환승센터 운영에 워낙 많은 돈을 투자해 조기 개발엔 무리가 있었다"며 "최근 동부정류장 자리에 119안전센터가 들어선다는 말이 있었지만 사실무근이다. 올해 말쯤 자체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했다.

◆비싼 땅값과 각종 규제로 사업성 떨어져

고속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이전터의 개발이 늦어지는 것은 난개발을 막고자 걸어놓은 강한 규제와 높은 초기 투자비용 탓에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고속터미널 이전터에는 수익성이 가장 높은 주거시설을 짓기 어렵다. 시와 동구청은 지난해 고속터미널 이전터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어 터미널 건물 터에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없도록 했다. 다만 3개 획지를 묶어 개발하고 상업시설을 30% 이상 확보할 경우 주상복합아파트는 건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규모가 가장 크고 땅값도 비싼 획지 세 곳을 동시에 개발하기 어려운데다 상업시설 의무조항도 사업성 확보에 큰 부담이 된다.

아울러 주변 도로 등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1천241㎡ 규모의 터(개발 면적의 15%)를 공여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성을 낮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전터 대부분이 공군의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돼 건물 층수에도 제약이 있다. 공군에 따르면 고속터미널과 동부·남부정류장 부지는 모두 비행안전 제6구역에 포함돼 건물을 지을 경우 지표면의 해발고도와 공군 규정에 따라 높이에 제약을 받는다.

고속터미널과 동부정류장 부지는 동구청의 주차장 관리조례에도 맞춰야 한다. 동구청은 지난 4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총 주차대수의 70% 이상을 일반 주차장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때문에 면적 대비 주차장 면수가 많은 타워형 주차장 대신 지하 주차장을 늘려야해 건물 연면적 대비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전터의 규모가 커서 부지 매입 비용 부담이 큰 점도 개발 지연의 이유다. 동대구고속터미널은 도로 등 기반시설 부지를 제외하고도 1만2천81㎡나 되고, 동부정류장(1만4천749㎡)과 남부정류장(1만766㎡)도 1만㎡가 넘는다.

공시지가인 3.3㎡ 당 1천만원 정도로 계산해도 부지 매입 비용만 360억원 이상 들고, 실거래가로 따지면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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