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 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에 이달 초 문을 연 새 건축물. 옥상을 포함한 7층 건물인데 층고가 높아 더 높은 건물로 눈에 비친다. 짙은 회색 바탕에 아주 옅은 녹색이 섞인 듯한 묘한 색감의 외관도 조금 특이하다. 이 건물 안에 자리 잡은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Art Space LUMOS'이하 루모스)는 개관전으로 11월 30일까지 '로버트 프랭크-북스&필름스'를 기획전시하고 있다.


라틴어로 '빛을 밝힌다'는 의미의 갤러리 루모스는 시각 예술인에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진 중심의 전시공간을 표방하고 사진작품전을 통해 대구에서 사진예술에 대한 공감을 얻고자 하는 대구 토박이 사진가의 삶과 희망이 온축돼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때 대학 사진학과 교수였으며 건물의 오너이자 갤러리 루모스의 대표인 석재현(48) 사진가이다.
◆사진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선친이 가족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필름통을 갖고 동네 사진관으로 현상 심부름을 자주 갔었다. 이때부터 마음속에 사진기자가 되고픈 생각의 싹이 튼 것 같다. 이후 1988년 경일대 사진학과 1기로 입학해 공부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졸업 후엔 미국 유학을 가서 오하이오대학교 비주얼 커뮤니케이션학과서 공부했고 이후 미시건주 지역 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1998년 귀국한 후 대학서 사진을 강의하면서 독일의 GEO(2005년 폐간)사 한국어판 프리랜서와 뉴욕타임스 계약기자로 일했다.
◆사진가로서 자신의 작품 특징은
나의 사진 프레임 안은 사람이 중심이 된다. 사람이 중심이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이 얽혀 사는 사회적 문화적 이슈에도 관심이 가기 마련이었다. 미국에서 사진기자 생활과 한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미국 교도소를 비롯해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원주민의 삶, 인도 히말라야 산맥 힌두이즘 등을 찍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수도하는 스님의 일상을 찍은 산사의 하루, 외국인 노동자 등이 있다.
이들 작품들 대부분은 시각매체인 사진기를 통해 삶의 모습을 스토리 형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장기 프로젝트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며 렌즈를 통해 사진가로서의 나의 주관성을 드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에서 1년 6개월 수감생활 했다는데
2003년 1월로 기억한다. 국내서 뉴욕타임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던 중 기획물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단초로 중국에 숨어사는 탈북자들의 삶을 취재하러 NGO활동가와 중국에서 활동하던 중 느닷없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당시 중국 주석은 후진타오였는데 아마 본보기 차원에서 나를 체포한 것 같다.
뉴욕타임스 본사에서는 나의 석방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으나 먹히지 않았고 꼬박 1년 6개월 동안 한겨울에 죄수복만 입고 말도 통하지 않은 채 일반 죄수들과 생활했다.
이윽고 2003년 가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 때 나의 문제가 거론되었으나 석방희망이 보이지 않더니 이듬해 추방형식으로 날 풀어줬다
하지만 이때 경험이 오히려 나에게 약이 됐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고 추방 8년 후에 비로소 비자도 나와 2011년 2013년 2015년 2017년 잇달아 기획전시전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인연이 쌓여 올 11월에는 시아먼(廈門)에서 열릴 예정인 'Jimei_arles 사진 페스티벌'에 한국 작가 11명이 초청을 받았는데 이 전시기획을 내가 담당하게 됐다.
현재 제7회 2018대구사진비엔날레전이 열리고 있지만 나는 2006년 1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때 당시 박주석과 독일인 볼프강 볼모어 등과 셋이서 공동전시기획을 담당했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대구에서 사진이 예술로서 제대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늘 한결같다.
◆사진이 예술성을 가지려면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 시기엔 사진기가 지닌 기록성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이야말로 기록의 가치를 최상급으로 올리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특히 초상사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화가들은 자연풍경을 그리려면 직접 그 장소를 찾아가야 했다. 스케치 대신 사진이 보여주는 사실적 묘사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초입에 근대화의 길목에서 사진에 작가적 주관성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기록성과 함께 정확한 묘사력, 작가의 의도가 살이 붙으면서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이 시기에 마침 미술은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길을 모색하게 되면서 사실적 묘사력을 사진에 양보하게 된다.
현재 루모스에서 열리는 기획전의 로버트 프랭크도 '현대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며 사진의 예술성에 중요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객관성을 전제로 민족주의의 선전매체로 이용되거나 정치적 프로파간다 역할에 있던 사진을 로버트 프랭크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시대상을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적극 드러냄으로써 시각적 다양성을 확보한 선구자이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는 일반적인 상업 갤러리와는 차별성을 두고 운영하고 싶다. 이를 위해 대중문화 전문가를 수시로 초청해 '아티스트 토크'를 실시할 것이며 1,500여권의 사진 관련 책을 소장한 루모스 포토북 도서관을 운영,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이용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듯 조금은 무겁게 시작은 했지만 사진 중심 기획전시의 열린 공간으로서 대중 문화교육이라는 측면과 함께 오랫동안 관람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지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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