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스크 치료 280만원?' 동물 진료비 왜 비쌀까…비용 절감 '동물의료보험'으로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동물 진료비의 현실과 절감 방법

후구마비로 고틍스러운 똥꼬(14살·스피츠).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후구마비로 고틍스러운 똥꼬(14살·스피츠).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14살 똥꼬(스피츠)가 하반신 마비와 과호흡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보호자는 병원에 오기 전 나흘 동안 동물병원 치료와 침 치료를 받았지만 어제부터 증상이 현저히 악화했다고 했다.

급히 동물 영상진단센터에서 MRI 검사를 진행했다. 흉추 10~11번 디스크 파열로 척수신경의 90% 이상이 압박, 신경 압박이 지속되면 호흡 장애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똥꼬는 나이가 많고 척수신경의 압박이 오래 지속된 터라 수술 후 신경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보호자는 수술을 원했고 보호자의 기도 덕분인지 다행히 똥꼬는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 중이다.

누구나 키우던 반려동물이 아프면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심각한 질병일수록 많은 의료비용이 뒤따른다. 똥꼬의 보호자 역시 본원 내원 전 치료비용, MRI 검사비용(80만원). 수술비(200만원) 등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MRI 영상(흉추 10~11번 디스크파열).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MRI 영상(흉추 10~11번 디스크파열).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동물병원은 '소아과 종합병원'과 비슷하다. 동물병원을 찾는 동물은 대부분 심각한 상황에서 내원하기 때문. 전염성 위장염, 급성열성 질환, 탈진, 골절, 통증 호소 등 입원과 수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병세가 심각해져서야 동물병원을 찾는 이유는 보호자의 동물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다수의 보호자는 동물이 며칠 지나면 자연치유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동물진료비는 왜 비쌀까? 병원은 약품을 보험수가로 저렴하게 공급받지만 동물병원은 비보험 수가로 약품을 구매한다. 효능이 우수한 반려동물 약품들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매우 높다. 특히 체형이 작은 동물일수록 질병 진단을 위해서는 더 정밀한 고가의 검사장비와 소모품이 사용된다.

사람은 의료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하며 의료비의 본인 부담이 일부에 불과하지만, 동물진료비는 100% 보호자가 부담해야 한다. 2011년부터 정부가 동물진료비를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보호자는 동물진료비에 10%의 부가세를 추가 결제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의 다른 나라의 동물진료비에 비해 한국의 동물진료비는 월등히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동물진료비가 비싸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람은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되어 소득이 낮을수록 보험료와 의료비의 본인 부담이 줄어들지만, 동물진료비는 가난한 가정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동물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한다.

디스크 수술 중인 똥꼬.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디스크 수술 중인 똥꼬.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동물진료비 절감을 위해서 '동물의료보험'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2017년 현재 650만마리 반려견 중 동물 등록한 개체는 100만마리에 불과하며, 동물의료보험 가입률은 0.18%에 불과하다. 동물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은 동물의료보험 가입률이 48%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이 확산되는 사회 풍조에 비해 반려인들의 책임감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동물 의료보험의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보장되는 질병의 범위가 넓어지고 납부할 보험료는 낮아질 것이다. 또한 동물 의료보험이 확산되면 동물병원의 진료 과정은 공개·표준화되고 동물 진료비 때문에 자가 처방이나 신뢰감 가지 않는 진료를 감내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각 보험사는 다양한 질병을 보장하면서도 합리적인 실손 동물 의료보험을 내놨으며 일부 지자체는 입양된 유기동물에 대해 의료보험료 대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동물 의료보험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더 절실한 제도이며 반려인이 동물 건강을 잘 보살피겠다는 약속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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