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명여고 사태가 불러온 학교 내신 불신

학부모 "드러나지 않는 내신 비리 더 있을 것"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교장, 교사의 성적 조작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학교의 내신성적 관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초·중·고교 감사 결과 실명 공개가 다음달 17~21일로 연기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하는 감사 결과에는 과거 시험문제 재출제 상황, 학생부 기재 실수, 출제 오류 등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12일 정답이 적힌 암기장, 휴대전화 메모 등을 통해 교사와 두 딸이 5차례에 걸쳐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정황이 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시험 유출, 학생부 조작 등 학사 비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신성적 관리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커졌는데 미비점을 보완할 제도는 따라오지 못했다. 내신 비리가 숙명여고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윤일현 지성학원 진학실장은 "취업이 보장되는 유망학과가 한정돼 있고 지망 학생이 훨씬 많은 현재의 대입 상황이 바뀌지 않는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이번 사태가 내신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켜 의혹 제기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역에서도 학사 관련 비리는 꾸준히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수성구 한 공립중 교사는 자신이 잘못 가르쳐서 학생들이 시험에서 틀린 답을 체크했다며 OMR 답안 50건을 직접 수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5년 지역 한 특성화고에서는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과목에서 '성취도평가'였던 과목을 '이수/미이수' 방식으로 임의 변경하고, 학생들이 이미 치른 중간고사 점수는 삭제한 사실이 감사에서 밝혀졌다.

이런 분위기는 내신 비중이 큰 수시모집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내신 비리를 근절하는 해결책은 수시 비율을 낮추고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모든 고교를 전수조사해 내신 비리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초·중·고교 감사 결과의 실명 공개가 한달 연기된 것과 관련해 감사관협의회는 "초·중·고 감사 결과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데는 시간상 무리라는 의견이 많아 공개를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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