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12시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이재민 대피소. 70, 80대 이재민 10여 명이 1년 전 지진 후 시작한 텐트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일으켜 외부 주차장에 마련된 식당 부스로 향했다.
외부인의 방문을 반기는 이도 없었다. 한 노인은 "우리의 힘든 생활과 처지를 아무리 얘기해도 바뀐 것이 없다.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3면
이들의 차가운 분위기는 체육관 입구에 걸린 '포항시는 지진 이재민을 더이상 기망하지 마라'는 현수막 문구가 대변하고 있었다.
현재 체육관에 거주하는 이재민은 40여 명으로 대다수가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이들의 집은 지난해 지진으로 들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지만, 포항시가 '전파' 인정을 해주지 않아 이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는 1980년대에 건물이 지어졌기 때문에 당시 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재민들은 2016년 경주지진 이후에 제정된 내진 관련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전파'가 인정된다. 포항지진 이후에 진행된 한미장관맨션 안전진단에서 포항시는 이 건물을 '반파'로 판정했다.
지진이 남긴 상처는 흥해읍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체육관에서 나와 흥해시장으로 가다보면 집을 허문 흔적들이 많이 눈에 띈다. 흥해읍에만 지진으로 405가구가 전파 판정을 받아 철거되거나 철거를 앞두고 있다.
식당, 상점 주인들도 시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흥해지역 상당수 식당에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맛집으로 알려진 한 고등어추어탕집은 예년 같았으면 손님으로 가득 차 있을 시간이지만 한산했다.
한 상인은 "일 년 째 손님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니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겨야 할 지 고민 중"이라며 "근처 상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지 기약이 없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흥해시장은 조금씩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이날 열린 오일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길목마다 가격 흥정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인근 도로도 차량으로 넘쳐났다.
상인 김점례(69) 씨는 "지진이 나고 6개월 정도는 정말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다. 최근 들어서야 상인들도, 주민들도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를 넘기면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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