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켓몬 잡으며 가족애 돋우고 건강도 챙겨

온 가족이 함께 야외에서 즐기며 소통…중년층은 운동삼아 플레이

증강현실게임
증강현실게임 '포켓몬 고'가 가족 간의 소통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박광용(50) 씨가 아들 박종원(11)군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주형 기자

지난 10일 낮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마당. 너른 잔디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로 붐볐다. 30여 명의 부모와 자녀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청사 주변을 이리저리 누볐다.

이들이 즐기고 있는 건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영문명 Pokemon GO)'다. 특정 포켓몬이 대거 출현하는 '커뮤니티 데이'를 맞아 가족들이 함께 포켓몬 사냥에 나선 것. 시교육청 앞은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포켓스탑이 10여개나 몰려있어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가족들은 자신이 잡은 포켓몬을 자랑하거나 캐릭터 진화 요령 등을 공유하며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게임을 즐기다가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간식을 먹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두 딸 등 온 가족이 이곳을 찾았다는 이선영(37) 씨는"아이들이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거리에 포켓몬이 나타나는 걸 신기해 한다"며 "포켓몬을 잡으며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가 인기가 시들해진 증강현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가족 단위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즐기며 소통의 수단이 되는 데다, 여러 곳을 걸어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 특성 상 본의 아니게(?) 운동이 된다는 게 이유다.

30, 40대 부모들은 "포켓몬 고 게임으로 자녀와 더 가까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포켓몬은 1990년대 말부터 애니매이션 등으로 큰 인기를 끌어 온 장수 캐릭터라 세대 간 공감대 형성이 쉽다.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포켓몬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형 기자
지난 10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포켓몬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형 기자

실제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부부 160쌍 중 76%인 122쌍이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포켓몬 고 게임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며 포켓몬 고를 즐기는 50, 60대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끊임없이 걷거나 움직여야 포켓몬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모(59)씨는"당뇨병이 있어 규칙적인 운동습관이 필요한데, 계속 걸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아 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포켓몬 고 게임을 한다는 박광용(50) 씨는 "달서구 두류공원에선 오전 일찍부터 포켓몬 고를 즐기며 운동을 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포켓몬 고 게임은 부모와 자녀, 중년층과 청년층 등 세대 간에 공통된 놀거리와 주제를 제공해 세대간에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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