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경 아랑곳 않고 하수 흘려 돈 버는 업자들

하수처리를 위탁받은 업체들이 수치만 조작해 하수를 정화한 것처럼 속여 강으로 흘려보내다가 적발됐다. 이들 업체들은 수질원격감시장치(TMS) 기록을 상습적으로 조작해 하수를 방류수 수질 기준에 맞다고 속여왔다. 환경부가 전국적으로 그런 곳 8곳을 적발했고 그중 2곳이 경북 업체였다. 이들이 속임수를 쓴 것은 적발 시 불이익보다 속였을 때 이익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리되면 거액을 들여 만든 하수처리장은 무용지물이다. 하수처리 위탁업체들의 제 배 불리기에 강물은 오염된다.

영천의 한 위탁운영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불과 4개월여 동안 25차례나 측정값이 방류수 수질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작했다. TMS 측정기기를 점검 중이라며 방류수 시료를 깨끗한 물이 들어 있는 약수통으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썼다. 오염된 물은 그대로 금호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렀다. 경북의 또 다른 업체는 물의 오염도가 실제보다 낮은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영점 농도값 수치를 높게 변경하는 수법을 썼다.

하수처리 위탁업체들이 TMS를 조작하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엔 수자원공사가 전북 용담댐 상류 하수처리장의 TMS를 조작해오다 적발돼 파문이 일었다. 충북 음성에서도 한 관리업체가 TMS를 조작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이번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수질 측정값을 조작하는 시연을 해 보였다. 실제 이날 시연에서 7.4를 가리키던 질소 측정값이 시료 변동 없이 간단한 조작 후 5.1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속임수가 만연한 것은 업체가 TMS를 조작해 얻는 상대적 이익이 적발 시 받게 될 불이익보다 몇 배나 크기 때문이다. 현행 물환경보전법으로는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재수 없어' 걸리면 벌금 좀 물고 수억원의 이익이 보장되는 구도다 보니 무단 방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결국 감시망을 더욱 촘촘히 갖추고 문제 업체는 적발 즉시 퇴출 조치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적발 시 돌이킬 수 없는 불이익을 주지 않고서는 하수처리를 둘러싼 숨바꼭질이 계속될 것이다. 맑은 강물은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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