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중학교 무상급식 '공약 후퇴'에 학부모 뿔났다

21일 대구시청 근처서 '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촉구 학부모 기자회견' 열려

정의당 대구시당과 학부모 단체 대표들이 21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정의당 대구시당과 학부모 단체 대표들이 21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6·13 지방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이던 '중학생 대상 무상급식'을 내년 1학년부터 실시한 뒤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히자 시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가 중심이 돼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대구시의 '공약 후퇴'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상급식 단계적 시행...학부모 반발

21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촉구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 10여 명과 시민단체, 정의당원 등 2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단계적 중학교 무상급식은 열악한 생활 여건과 저임금으로 시달리는 서민과 지역민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권영진 대구시장은 불과 5개월 전 약속한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잊지 말고 사과와 함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의무교육=의무급식', '밥이 넘어가나,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30분가량 회견을 이어갔다. 이들은 자녀 교육비 부담을 덜려던 기대가 좌절됐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임명숙 운암중 학교운영위원장은 "현재 고교 2학년인 첫 아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 대구에 무상급식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2년여가 지난 올해 둘째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도록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구 중학생은 대한민국 청소년이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비슷한 내용의 청원들에는 21일 오후 5시 기준 830여 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 대구시-대구시교육청 부담 차이… 학부모는 '공약 후퇴'에 실망

학부모 움직임은 최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내년 대구 중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는 대신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2019년도 예산안에 68억원씩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먼저 시행하는 예산이다. 올해까지 대구에서는 초등학생만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다.

대구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학생에 대해서는 중위소득 136% 이하 저소득층, 400명 이하 소규모 및 달성군 면지역 학교 16개교에 대해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 중학생 6만6천155명 중 37%인 2만4천263명이 혜택을 본다.

올해 중학생 무상급식 예산 총 192억 가운데 대구시가 33억원(17%), 시교육청이 나머지 금액인 159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내년 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시작하면 시와 교육청이 부담할 예산은 각각 207억원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시와 시교육청이 예산 증액에 대해 갖는 부담의 온도차가 크다는 점이다. 시교육청의 경우 지원금을 지금보다 48억원만 인상하면 되지만 대구시는 한 번에 지원금을 174억원 늘려야 해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반발이 커지자 대구시교육청은 "대구시의 재정 여건이 좋아져 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시행 시기를 적극 협의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대구시는 "권 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은 당선 후 임기 내 완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 전국에서도 뒤처진 대구 무상급식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비중을 확대하는 가운데도 대구는 초·중·고 급식비 지원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신학기를 기준으로 대구는 초등학교 대상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초·중·고교를 모두 따지면 급식비 지원 학생 비율은 69.2%로 전국 최하위에 그쳤다. 전국 평균 82.5%에 비해서도 13.3%p 낮은 수준이다.

이와 달리 달성군은 대구 8개 기초단체 최초로 지역 중학생을 위한 무상급식을 전면 도입한다고 밝혀 앞선 행보를 보인다. 달성군은 내년 예산 24억8천만원을 편성, 17개 중학교의 전 학년 5천800여 명 학생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다.

현재 올해 무상급식 비율이 73.2%인 경북도도 내년부터 도비 지원 예산을 109억원 증액해 모든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신규 수혜 학생은 3만4천55명이다. 경북도는 고등학교 무상급식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서울은 지난 2014년 의무교육대상인 초·중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했으며, 내년부터는 고교 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천과 세종, 전남, 전북 등도 전면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대구(58.41%)보다 낮은 강원도(30.85%)와 광주(30.85%) 역시 무상 급식 비율이 99.7%, 91.8%로 나타나 대구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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