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의 위험한 경제인식

오정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오정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대가 자기실현적인 속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들은 소비를 덜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가계들도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였는데 정작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이 투자한 기업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투자할 때 빌린 투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다. 가계도 마찬 가지다.

문민정부 시절 신경제5개년 계획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3~1996년 중 평균투자증가율 10.8% 경제성장률 8.3%를 기록했지만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1996~1997년 중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기업부도가 증가하면서 1997년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되고 비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된다. 특히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요즘 한국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정상적일 경우 82% 수준인 제조업가동률은 72%까지 하락하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30~40만 개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는 3천 개 까지 급락하다 공공부문의 급조된 단기 알바 등에 힘입어 경우 4~6만 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하루에만 3500여개가 폐업하는 등 완전히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통계청도 한국경제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고 한국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진단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요 정책담당자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달 22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면서 "더욱 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지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기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근년 들어 주력산업이 추락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국의 '제조 2015' 같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도 없이 강조되어 왔다.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노를 저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얼마 전에는 고용악화가 인구구조 탓, 자영업 대란은 대기업 진입이 원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않고는 모든 경제동향을 모두 꿰뚫을 수는 없다. 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오도되어 더 이상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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