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공항 잘나가는 비결은 '커퓨타임 단축'…한반도 허리까지 수요 넓혀

부족한 슬롯, 협소한 공항 규모는 문제…호텔 에어포트 터미널로 환원방안 검토

27일 오후 대구공항 1층 입국장 로비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7일 오후 대구공항 1층 입국장 로비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국제공항이 명실상부한 '지역거점공항'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대구공항을 이용한 탑승객은 333만4천9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0만3천499명)보다 15% 가량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이면 대구공항은 연간 여객처리능력 한계치인 375만 명을 훌쩍 넘어서 이용객 400만 명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 연간 이용객 100만 명을 간신히 채웠던 모습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 충청·호남권까지 수요 넓혀

전문가들은 대구공항의 급성장 배경에는 대구경북을 넘어 충청과 경남, 호남, 멀게는 수도권의 여객 수요를 끌어당긴 덕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대구공항 항공여객 행동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탑승객 중 14.4%가 부산, 대전 등 타 지역 주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한주 영남이공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는 "탑승객들은 물리적 위치보다는 교통편 등 연결수단이나 가격, 시간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공항을 선택한다. 대구공항은 동대구역, 고속버스터미널과 가까워 환승 접근성이 좋고, 국제선의 지속적 확대와 다양한 할인 정책 등 가격 경쟁력도 높아져 타 지역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7일 오후 대구공항을 찾은 시민들이 와이파이 로밍 기계를 대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7일 오후 대구공항을 찾은 시민들이 와이파이 로밍 기계를 대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아울러 대구공항의 야간 운행통제시간(Curfew Time·커퓨타임) 완화는 저비용항공사들을 대구공항으로 끌어들인 결정적 요인이 됐다. 실제로 대구시는 통제권한을 갖고 있는 공군과 협의해 커퓨타임을 지속적으로 줄였다. 2014년 이전까지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까지 8시간이었던 커퓨타임을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5시간으로 조정하자 저비용항공사들의 취항이 본격화됐다.

이는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전국의 국제공항 가운데 가장 짧은 수준이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7시간동안 항공기 운항이 통제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타 공항에 비해 통제시간이 짧아 취항 가능한 슬롯이 늘어났고, 취항 도시와 시차도 줄어 신규 노선 취항이 더욱 쉬워졌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차별점"이라고 했다.

◆ 좁은 터미널·활주로 용량 숙제

대구공항 이용객이 갑자기 폭증하면서 한계점도 불거지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민항기용 활주로 용량(SLOT·슬롯)이 대표적이다. 슬롯은 한 공항에서 1시간 동안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최대 편수를 말한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현재 대구공항에서 민항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슬롯은 최대 6편에 불과하다. 이는 김포공항(41편)이나 김해공항(주중 17편, 주말 24편), 제주공항(35편)은 물론, 대구공항보다 여객 수요가 적은 무안공항(29편)이나 양양공항(9편)보다도 적다.

활주로 2개를 갖춘 대구공항은 시간 당 30편의 항공기를 소화할 수 있지만, 활주로 중 하나가 예비 활주로여서 ILS(계기착륙장치)가 없다. 사실상 민간 항공기의 이용이 어려운 셈이다. 남은 15편의 슬롯마저도 공군은 6편 정도만 민간용으로 배분하고 있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탑승객들의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취항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곤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공군 측과 협의해 올 하반기부터 일부 시간대에 한해 슬롯을 하나씩 늘렸다. 앞으로도 운항이 집중되는 특정 시간대에 한해 슬롯을 늘리는 방향으로 공군 측과 협의할 방침이다.

여객 규모가 늘어나면서 점점 혼잡해지는 터미널도 문제다. 현재 대구공항 터미널의 연간 여객처리능력 한계치는 375만 명에 불과하다. 당장 내년부터 이용객 증가를 공항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말까지 '지방공항 시설활용법 로드맵' 용역을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현재 호텔 에어포트로 쓰고 있는 옛 대구공항 청사를 다시 터미널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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