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실망스러운 대구시의회 모습, 힘차던 초기 외침은 어디로 갔나

새 출발을 다짐한 대구시의회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의원 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의장은 논문 표절로 깨끗한 의회상에 상처를 냈다. 최근에는 소속 정당을 떠나 공동 발의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조례안조차 유보됐다. 의원 자질에 대한 의심과 함께 우려가 쏟아질 만하다.

이들 사례는 실망스럽다. 특히 다수당인 한국당(25명)과 소수당인 민주당(5명)의 협치의 결과이자 두 당 소속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한국당 소속 의원 반대로 처리가 무산된 일이 그렇다. 지방의회 협치를 외치면서도 정치적 신뢰를 허문 사례가 됨직하다.

무엇보다 대구의 생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명이 일제강점기 폭압적인 제국주의 지배의 피해자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외면한 의원들의 역사 인식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례안은 시 정부 차원에서 할 만한 방안의 법제화를 위해 이달 초 여야 시의원 14명이 마련했는데 22일 상임위에서 유보되며 29일 본회의 상정이 좌절됐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불법행위와 논문 표절의 경우,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관련 의원들이 개인적인 책임을 지면 될 일이지만 위안부 할머니 지원 조례는 다른 차원이다. 앞으로 대구시의회의 협치 활동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이다. 정당 공천에 매인 탓에 출신 정당의 정책을 반영할 수도 있지만 대구시의원들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라는 큰 틀을 먼저 고려, 대구시민 우선이 마땅하다.

지금도 시민단체 등에서는 비판과 함께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구시의회를 빗대 '인권 감수성 0 의회'라고 하겠는가. 한국당 시의원들은 이런 여론에 귀를 닫지 말아야 한다. 비록 조례안이 한 차례 무산됐지만 아직 일정이 남은 만큼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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