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정은 답방이 식상한 '평화 이벤트'의 재연이 되지 않으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4일(현지시간) 국빈 방문 중인 뉴질랜드에서 저신다 아던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한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일 전용기 기내 간담회 발언과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의 답방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비핵화 진전없는 김의 답방은 전혀 무의미하며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안이한 발언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김의 답방을 40%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문 대통령이 김의 답방은 북한 비핵화 진전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당위(當爲)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당위는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김의 답방이 언제 이뤄질 것이냐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국제사회로부터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가 맞느냐는 소리가 나와도 할 말이 없다.

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세 차례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냉정하게 말해 알맹이 없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제지하지 못하면 김의 답방은 필요 없다. 남북 지도자가 말의 성찬 속에 기념사진만 찍는, 이미 식상해진 이벤트의 재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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