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메랑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10년 전 세계적인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이 내놓은 공전의 히트작은 적을 향해 겨눈 병사의 총구가 결국 자신의 뒤통수로 되돌아오는 것을 담은 반전(反戰) 포스터였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의미(What goes around comes around)의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상대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적나라한 메시지였다.

'부메랑'(Boomerang)이란 말의 유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거나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일 때 사용하던 도구에서 비롯되었다. 활등처럼 굽은 이 나무 막대기는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데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되돌아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나 자신에게 위협적인 결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

부메랑 효과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자연재해가 되어 돌아오는 현상도 그렇고, 선진국의 경제 원조나 자본 투자로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제품이 역수출되어 원조국의 상품과 경쟁하는 것도 그렇다.

심리적 측면에서는 일방적인 설득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문 용어로 '저항의 심리학'이라는 개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과도한 강요를 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더 삐딱선을 타는 것도 일종의 부메랑 효과이다. 오늘 우리나라의 일방통행식 경제정책과 남북 화해 또한 그 예외가 아닐 수도 있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과 관련,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과도한 적폐청산의 칼춤, 스스로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때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가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불호사 방차사'(不好事 紡車似)라는 말이 있다. '악의 보복은 물레바퀴와 같다'는 뜻이다. 공자의 도(道)를 계승한 춘추시대 유학자 증자(曾子)는 일찍이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간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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