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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새로운 공연장에 대한 상상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올해는 유난히 야외공연이 많았던 것 같다.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라 정식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많은 공연이 있었다. 야외공연장이라고 정식 명칭된 곳에서의 공연 외에도 가무대 형식의 장소, 미술관, 체육관, 병원, 주민센터, 시장, 철도역, 잔디밭 등.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10년 전 학교에서 환경연극과 장소 특정적 공연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그 새로움에 대해 참으로 신선했는데 현재 공연이라는 것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러 형태의 공연이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된 듯하다. 과거 '버스킹'이라고 불리던 야외공연들도 이제는 그 정의와 경계조차 모호한 듯하다.

수원에 '고색뉴지엄'이라는 곳이 있다. 수원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이었던 폐수처리장을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한 곳이다. 전시는 물론 도서대여, 문화교육 프로그램 진행 및 공연까지 이뤄진다. 나 또한 공연을 계기로 그곳을 알게 되었다.

대구에도 이와 같은 곳이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션 그리고 자갈마당 성매매업소가 있던 곳을 개조해 작은 미술관으로 만든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한국 최초의 담배 생산공장이었던 대구 KT&G 연초제조창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 2013년에 개관한 곳이다.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예술발전소 옆에 또 하나의 건물이 있다. 대구시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자, 그 지원사업으로 창의적 문화예술기반 구축 및 청년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지원을 내걸고 KT&G 옛 사택, 아파트 2동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수창청춘맨숀'이 그것이다. 이달 3일 개관을 하고, 현재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예를 들 정도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며 지금은 또다른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런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령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연장은 8세 이상 관람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공연은 유모차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도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훗날 공연이라는 것이 공연장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공연장도 장소적 측면에서는 공연의 한 형태다. 그와 함께 10년 쯤 뒤에는 현재의 공연장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까. 어떤 형태의 또다른 공연장소가 생겨날까.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공연을 하는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기상천외한 공연장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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