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청렴하게 살거라!'
경북 예천이 고향인 류우순(86) 할머니가 50여 년 전, 고향 초등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며 한 초교생의 학용품값 500원의 거스름돈을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뒤늦게 그 학생을 찾아 사과하려는 사연을 '야고부'에 소개(본지 10월 29일 자)했다. 그 인연으로 지난달 할머니의 '평생일기'를 아들 정완영 부경대 교수로부터 받았다.
할머니가 평생 쓴 일기를 2012년 책으로 엮은 자서전인 셈이다. 하지만 책을 보니 아들의 고민이 컸음을 짐작할 만한 내용이 숱했다. 집안의 아픈 상처나 감추고 싶은 일이 수두룩해서다. 그러나 정 교수는 '한 번은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어머니 뜻을 차마 거스르지 못해 그대로 옮겼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의 책 마지막 부분이 돋보였다. 마치 결론처럼 실은 가훈으로, 스스로 배운 서예 실력으로 적은 가훈은 한자로 된 '청렴'(淸廉)이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이란 자긍심에다 사별한 교사 남편에 이어 5남매 자녀 가족이 초·중·고·대학교에 몸을 담은 탓인지 청렴 두 글자가 책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류 할머니의 가훈 '청렴'이 돋보이는 까닭은 '정신수도'를 외치던 경북 안동시청이나 안동·예천에 걸쳐 둥지를 튼 경북도청 주변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이 세상 사람 입방아에 오르내려서다. 안동시청 공직자 비리 소식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그 상위 기관들의 실망스러운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이철우 도지사 취임 뒤 옛 모습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5천만원 상당의 값이 나간다는 돌에 새겨진 '사람 중심'이란 도청 입구 글귀 교체나 해마다 2천500만원 넘는 관리비로 골머리였던 높이 30~33m 높이의 5개 깃발 게양대 철거도 그렇다. 대대적인 사람 교체도 곧 있을 모양이다.
이런 흐름이 경북도의 거듭나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청렴도 평가에서 마침 올해는 중간 성적이었지만, 만년 하위에 맴돌던 과거를 정리하고 부패를 막는 계기로 삼으면 금상첨화이겠다. 류 할머니가 옛일을 잊지 않도록 일기를 책으로 남기고, 자녀들에게 청렴을 가훈으로 남겼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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