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오페라의 생생한 현장감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오페라는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물론 음악이 중심에 놓이지만 문학적인 부분, 연극적 요소, 미술과 건축, 의상과 분장까지 어느 것 하나 뒤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부분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예술장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하나의 작품을 무대화할 때는 극장이라는 공간적 조건과 공연 시기별 특성을 감안한다. 더불어 제작주체의 재정적 상황까지 고려하여 작품을 선정하고, 연출자와 지휘자를 정하고 배역별 캐스팅을 진행시킨다. 똑같은 작품을 정하더라도 연출자와 지휘자 또는 출연진에 따라 매 공연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심지어 같은 캐스팅으로 공연한다고 해도 각각의 공연은 결국 다르다.

오페라는 '순간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대의 막이 열리고, 내릴 때까지 바로 그 시간 동안 무대와 객석에 함께 하는 사람들만이 오롯이 누리는 예술이다. 공연에는 대단히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흔한 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출연자들의 컨디션이 달라지고, 공간의 외적 환경이 달라지며 관객 역시 매번 달라진다. 관객 또한 공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오페라를 생물처럼 여긴다. 오페라는 박제된 무엇이 아니라 생생하게 현장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4회에 걸쳐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리게 될 푸치니 걸작 '라보엠'을 준비하면서, 오페라는 살아있음을 또 한번 실감한다. 당초 로돌포 역으로 참여하게 된 베를린 도이체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테너 강요셉의 건강에 갑작스런 적신호가 켜졌다. 대단히 비중이 큰 배역인 만큼 제작진은 일순 당황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경험이 풍부한 극장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커버'(Cover)를 배치한다. '커버'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후보가수다. 꼬박꼬박 연습에 참여하며 준비하고 있다가, 주역가수의 컨디션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그 자리에 투입된다. 후보선수가 주전으로 입장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며,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번 '라보엠'에서 바로 그 기회를 잡게 된 사람은 테너 조규석이다.

전설적인 테너 파바로티가 1963년 런던 로열오페라의 '라보엠'에서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커버로 데뷔해 마침내 세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것처럼, 테너 조규석은 오랜 시간 연마한 실력과 자신만의 매력을 '라보엠'에서 아낌없이 보여줄 기회가 올 것인지 기대된다.

오페라는 틀림없이 매 순간 살아숨쉰다. 바로 그 순간의 생생한 감동을 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