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대구 북구청 동편 별관 주차장. 출입구 왼쪽에 초록색 지붕의 '대구전기차충전소' 가 눈에 띄었다. 전기차 2대가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러나 일반 차량의 주차공간을 활용한 터라 충전소 폭이 다소 좁아보였다.
충전기 앞에는 충돌방지턱과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성인이 바로 앞에서 손을 뻗지 않으면 닿지 않을 정도로 작동 스크린과 충전단자의 위치도 높았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에겐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셈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최모(43) 씨는 "장애인은 전기차를 충전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엄두도 못낸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전기차 선도도시를 내세우는 대구시에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를 배려한 전기차 충전소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전소 늘리기에만 급급해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충전설비 구조나 주차공간 등은 외면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에 따르면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534기다. 공동주택이나 다중이용시설 등 민간시설에 설치된 충전기가 235기로 가장 많고, 시와 대구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충전기 194기, 한국전력 60기, 환경부 45기 등이다. 현재 대구에는 12월 현재 5천116대의 전기차가 운행 중이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맞게 설치된 충전기는 단 한 곳도 없다. 기존 주차공간을 활용하더라도 급속충전기의 경우 1기 당 5천만원이 들 정도로 고가인데다, 정부의 충전소 설치운영지침에도 교통약자를 배려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장애인재활협회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차에서 내리려면 3.3m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 장애인단체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주의 경우 올해 말까지 장애인 등 교통약자 맞춤형 전기차 급속충전기 52기를 설치하는 등 2020년까지 매년 50기씩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에는 11월 말 현재 전기차 1만5천160대가 운행 중이고, 충전기 1만1천980기가 설치돼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올해 배정된 충전기 설치 예산 11억원을 내년으로 이월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용 충전기 5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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