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정상화 행보를 보이는 DGB금융그룹이 퇴진 임원 문제로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달 초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이어 지난 6, 7월 30여 명의 임원을 퇴진시키는 과정에서 금융감독 당국이 개입했는지를 놓고 퇴직자들이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내부 혼란이 번지는 모양새다. 앞서 금융지주는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임원들을 물러나게 하면서 '금융감독원의 물갈이 요구'를 내세워 갈등의 불씨가 됐다.
현재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경영 일신을 이유로 지배구조개선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개선안에 포함된 금융지주회장의 은행장 등 그룹 계열사 사장 추천권과 사외이사 제도 개편 등이 쟁점이 되면서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를 포함한 DGB그룹 전체 구성원과 금융지주, 은행 이사회 등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은행장 선임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만약 은행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의 경영 불안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이 문제가 자칫 그룹 전체의 난맥상을 키운다면 대구은행 위상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비중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적한 과제와 쟁점을 토론하고 절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제 주장을 관철시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면 이는 혁신의 증상이 아니라 혼란이다.
창립 50년을 넘긴 대구은행의 이런 내부 갈등은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진통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DGB 이미지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지난 6월 출범한 김태오 금융지주 체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조정과 타협을 통한 사태 수습이다. 그러려면 구성원의 공감대와 대승적 합의가 필수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하고 리더십을 의심받는다면 DGB의 난맥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與 진성준 "집값 안 잡히면 '최후수단' 세금카드 검토"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안철수 野 혁신위원장 "제가 메스 들겠다, 국힘 사망 직전 코마 상태"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