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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불자동차' BMW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올해 92세인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씨가 자신의 건강 비결은 'BMW'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BMW를 자주 탄다. B는 버스고 M은 메트로(지하철)이고 W는 워킹이다. 그래서 BMW라고 하는 거다."

BMW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BMW는 원래 항공기 엔진 업체였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기에 쓰이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패전 이후엔 군수품이란 이유로 생산이 금지되기도 했다. BMW는 모터사이클로 재기했고, 1928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BMW의 지난해 판매량은 자동차 246만3천500대, 바이크 16만4천 대로 역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액은 120조원에 달했다.

이런 BMW가 한국에서는 '불자동차'로 불리고 있다. 불자동차란 의미가 불을 끄는 소방차에서 불이 자주 일어나는 BMW를 일컫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 올 상반기 등록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BMW가 1.5건으로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1위다.

BMW 화재 원인을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이 차량에 엔진 설계 결함이 있었으며 회사 측은 이를 알고도 은폐 축소하면서 리콜을 지연시켜온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BMW 코리아를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고 늑장 리콜에 대한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화재 사고 원인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대한 제작사의 설계 결함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BMW로서는 설계 결함은 치욕적이자 치명적이다. 설계 결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경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BMW는 설계 결함은 아니라며 정면 반박했다. 양측 모두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어서 앞으로 첨예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지인이 몇 해 전 장성한 자녀로부터 생일 선물로 BMW 자동차를 받았다고 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BMW가 불자동차란 불명예를 떨쳐버리지 않는 한 부모에게 BMW를 선물하는 자녀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송해 씨도 요즘엔 BMW를 탄다는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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