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작성·관리돼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특감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은 27일 이인걸 특감반장 지시로 특감반원들이 전국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 현황을 파일로 작성했고, 특감반원들이 이들이 어떤 당 출신인지, 보수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지 등 정치 성향 분석과 세평(世評)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은 26일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현황이란 문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8개 공공기관 간부 21명의 이름과 임기, 사표 제출 여부와 반발 여부 등이 기재돼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 정부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정황은 이런 쪽으로 기울고 있다. 환경부가 '문건'의 작성 사실을 부인해오다 27일 밤늦게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관실에서 작성했다고 실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그 누구도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거나 "김 수사관이 별도로 한 일"이라며 또다시 김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해 4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했다. 한 달 뒤의 대선 후보 방송에서는 "저의 사전에는 정치 보복이 없다. 다음 정부는 절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정부의 민간인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건을)보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 '김 수사관이 별도로 한 일'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해명은 똑같았다. 진실은 반드시 가려져야 한다.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는 문 정부 유전자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렇다. 사실 여부에 앞서 이런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도덕적'임을 자부하는 문 정부로선 못 견딜 일 아니겠는가?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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