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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전태관 별세, 봄여름가을겨울…국내 최다 라이브 앨범 발매하며 대중음악 발전 기여

왼쪽부터 박성식, 장기호, 김현식, 김종진, 전태관. 매일신문DB
왼쪽부터 박성식, 장기호, 김현식, 김종진, 전태관. 매일신문DB
전태관. 매일신문DB
전태관. 매일신문DB

27일 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전태관은 지난 6년간 신장암 투병을 해 왔다.

28일 봄여름가을겨울 공식 블로그는 '가슴 아픈 소식을 알립니다'는 글을 통해 전태관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고인이 한국 대중음악계에 남긴 업적도 소개했다.

전태관은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김종진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밴드를 30년 동안 꾸려왔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88년 1집을 내기 전부터 밴드로 활동했다. 1986년 김현식의 백밴드로 출발했다.

당시 백밴드 멤버는 전태관과 김종진 두 사람 외에도 나중에 '빛과 소금'을 결성하게 되는 장기호와 박성식, 그리고 유재하까지로 구성돼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향후 전설이 되는 뮤지션들의 집합체였다. 이들은 김현식의 3집 제작에도 참여해 기량을 뽐냈다. 김현식의 3집은 김현식의 앨범 가운데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어 전태관과 김종진은 조용필의 백밴드인 위대한 탄생 멤버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두 사람으로 재편된 봄여름가을겨울은 2008년 8집까지 꾸준히 정규 앨범을 냈다.

정규 앨범만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평가하기는 힘들다. 다수의 공연을 펼쳤고, 다수의 라이브 앨범도 냈기 때문이다. 공식 라이브 앨범 발매 건수로는 국내 최다이다.

봄여름가을겨울 Live1991-Live! 앨범. 매일신문DB
봄여름가을겨울 Live1991-Live! 앨범. 매일신문DB

그 첫 작품이 바로 1991년 발매한 'Live1991-Live!'이다.

다음은 매일신문 2014년 6월 12일 '음반 읽어주는 남자' 코너의 이 앨범 리뷰이다.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그런데 연주가 끝난 상황이 아니다. 뮤지션에게 수고했다며 무대 위로 뿌려주는 갈채가 아니라, 연주를 채울 '리듬'을 박수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건 자칫 위험해 보인다. 무대 위의 계획된 연주를 망칠까봐서다. 관객들이 미리 박수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닐테니. 예상되는 풍경은 혼란스러운 박자의 소음.

하지만 오히려 환상의 리듬이 나온다. 그 구성 원리는 이렇다. 관객들 중 박자감이 보통인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정박이 60%. 음악이 좋아 콘서트를 찾은 사람들이니 만큼 리듬감이 뛰어난 사람도 적잖을 것이다. 30%. 나머지 10%는 박치들이다. 그런데 소수라서 그들의 박수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잔향 역할을 해 전체 박수 소리에 공간감을 불어넣는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일부러 집어넣기도 하는 리버브(reverb'잔향) 효과다. 관객 모두의 박수를 모으니 더 없이 좋은 리듬이 탄생한다. 무대 위의 드러머가 혀를 내두른다. 떼창만큼 멋진 '떼리듬'이다.

김종진(기타'보컬)과 전태관(드럼'퍼커션)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이 세션 연주자들을 이끌고 펼친 첫 콘서트 앨범 '1991 라이브'(1991)를 들었다. 1990년에 가진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 및 숭의음악당 콘서트 실황 18곡을 수록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네 번 정도 관객들의 센스 있는 '박수 연주'가 나온다.

5번째 곡 '열일곱 스물넷' 도입부에서 명랑한 키보드 반주가 총총 걸음을 시작하자 관객들이 반주에 맞춰 박수를 친다. 박수 물결을 타고 전태관의 드럼이 닻을 '쿵' 올리고 출항한다. 어느 정도 예열이 된 시점에서 콘서트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7번째 곡 '내가 걷는 길'에서는 서정적인 키보드 반주와 함께 김종진이 처량한 느낌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따스한 박수로 김종진의 처진 어깨를 덮어준다.

12번째 곡 '거리의 악사'는 늘 뒤에서 묵묵히 리듬을 만드는 드러머와 퍼커션 주자를 조명한다. 중반부쯤부터 드럼과 퍼커션 솔로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그러고 보니 솔로 연주에서 하이햇(가벼운 쇳소리를 내는 심벌즈) 소리가 좀 약하다. 보조 리듬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알아서 그와 비슷한 음역대의 소리를 박수로 채운 것 아닐까.

16번째 곡 '내 품에 안기어'는 공식적으로는 콘서트 마지막 곡이다. 이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당연하게 '앙코르'를 외치며 그 구호에 맞춰 박수를 친다. 박수는 퇴장한 뮤지션이 무대에 다시 등장할 때까지 이어지고, 뮤지션이 무대에 선 다음에도 얼마간 여운을 남기며 '다시 나와 줘서 고맙다'는 표시를 한다. 이후 두 곡이 더 이어진다.

콘서트의 묘미는 관객도 뮤지션과 함께 공연의 서사를 쓰는 데 있다. 그 집필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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