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판 직면한 경북 시·군 직제 확대 개편

연말연시를 맞아 경북도 내 시·군 인사가 한창이다. 자리 이동에다 때아닌 조직 개편 바람까지 불어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마다 고위직 간부 자리를 앞다퉈 신설해 논란이 크다. 경북의 농촌 인구는 나날이 줄지만 간부 공무원 자리는 늘리는 이해할 수 없는 조직 개편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시·군·구의 기구 설치 및 직급 기준'이 원인이다. 지자체마다 자율적으로 실·국 단위 행정 조직을 둘 수 있도록 허용해 과거와 달리 인구 10만 명이 넘지 않아도 4급(서기관) 직급의 실국 신설이 가능한 만큼 너도나도 간부직을 만드는 것이다. 조직관리 효율 등 외치는 효과도 있겠지만 이는 허상일 뿐이다.

일선 시군의 간부직 증설은 신중해야 한다. 간부직 증설은 조직과 인원 확대, 예산 문제로 바로 이어진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에도 공직 조직은 여전히 종전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몸집이 커졌던 과거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공무원 자리만 늘려 공직 사회 분위기는 높일 수 있을지 모르나 분명 노리는 속셈은 딴 데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기존 4급 부단체장이 맡던 업무를 같은 직급의 신설 실국장에 나눠 맡기면서 지휘체계 혼선과 갈등도 예상된다. 기존 업무가 없어지는 부단체장의 '허수아비' 논란이 벌써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이런 자리 신설은 지금 풍토에서는 단체장 선거의 논공행상용 전리품으로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의성군과 울진·울릉·영양군 등 인구 감소 추세의 지자체에서 단행된 이런 조직 개편 바람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방의회의 역할이 아직도 정착되지 않은 탓에 행정부 감시는커녕 견제조차 할 수 없는 탓이다.

정부는 비록 조직 신설을 허용했지만 손놓고 뒷짐만 져서는 안 될 일이다. 조직 신설과 간부 자리 증설이 과연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바람직한지 따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군 역시 재정 형편 등 현실을 무시한 조직 개편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이런 흐름에 결코 편승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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