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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힘겨웠던 2018년, 한반도 명운 걸린 2019년

이춘수 편집부국장
이춘수 편집부국장

교수신문이 전국 교수 설문을 통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처럼 정부, 국민 가릴 것 없이 '짐은 (참으로) 무거웠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분단 이후 올 한 해만큼 한반도 정세가 격동기를 보낸 때는 없었다. 그러나 돌고 돌아 여전히 정세는 안갯속이다.

금방이라도 북의 핵무기와 핵물질이 폐기되고, 북한과 미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한반도에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봄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지만 북 비핵화는 본격적인 협상 궤도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새해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며 북 비핵화가 급진전하고 북미, 남북관계가 평화의 급물살을 탈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협상 결렬 시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시도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전환기로 기록될지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달렸다. 그래서 2019년이 올해보다 더 중요한 한반도 운명의 해다. 내년엔 역사의 새로운 물줄기를 남·북·미가 적극 만들어가야 한다.

경제는 어땠나.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지수는 더 내려갔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최저임금 폭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더 늘었다.

일부 지역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서민들을 더욱 좌절에 빠트렸다. 서울 강남에선 99㎡(30평)대 초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원을 훌쩍 넘겨 이 집 저 집에서 한숨이 나오고 부부 싸움도 잦아졌다.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제조업 강국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산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 생산 능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암울하고도 엄중한 한국 제조업 위기의 현주소다.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위기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

국민 다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문 정부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무너짐과 동시에 문 정부의 제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과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그 열렬했던 지지도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다.

2019년 국내 경제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2017년 3%를 넘었던 실질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7%대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는 1천500조원을 넘은 데다 금리 인상 분위기로 내년에는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국내외적 상황을 봤을 때 2019년은 문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도전과 시련의 해가 될 것이다. 내년에도 조야하고 엉성한 정책들로 인해 서민들의 민생이 내팽개쳐지거나 등한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민심이반도 예상된다.

가혹한 시련이 오더라도 세상은 살 만하고, 또 잘 살아야 한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중략~/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선생의 '설날 아침에'라는 시가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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