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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조망(眺望) 효과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스핀오프(Spin-off)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기존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파생 작품 또는 파생 기술을 뜻하는 용어다. 특히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발명품 중 우주과학 기술의 산물이 많은데 정수기나 전자레인지, 화재경보기, MRI, CT, GPS 등이 그런 예다. 바로 우주과학에서 이전된 파생 기술 즉 스핀오프다. 인간의 달 착륙도 마찬가지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신무기 개발 경쟁이 부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961년 5월 25일,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0년 내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1972년까지 25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아폴로 프로젝트'다. 달 착륙이라는 초유의 이벤트를 통해 미국이 얻으려 한 것은 바로 무기 기술의 고도화다. 한발 앞선 소련의 로켓 기술력과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국의 우위를 되찾겠다는 반전 카드였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렸다.

앞서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는 생소한 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다.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을 달 궤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몇몇 우주인을 빼고는 여태 아무도 보지 못한, 사람이 사는 땅의 모습이었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 극적인 조망 효과를 주는 장면은 일찍이 없었다.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의식 상태를 뜻하는데 높은 곳이나 시야가 트인 곳에서 전체를 조망할 때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

이런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이 바로 우주다. 칼 세이건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이름 지었다. 만약 광대한 우주에서 한 점 티끌보다 작은 지구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강렬한 체험의 크기만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인생관과 삶, 생명에 대한 의식까지.

2018년의 마지막 날에 섰다.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보며 겸허한 반성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와 다짐의 진폭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조망 효과다. 밝고 희망찬 새해는 차분히 자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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