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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새해 첫날의 '플랜B'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기해년 첫날 1월 1일을 관통한 키워드는 '플랜B'였다. 축구대표팀은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 대비한 플랜B 전술을 점검하는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재·압박이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랜B에 대해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운을 뗀 것이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은 플랜B 전략을 모색했으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아시안컵 2차전 이후 합류하는 까닭에 사우디전에서 대안을 찾으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플랜B를 얼마나 숙달하느냐에 대표팀 우승이 달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 대미(對美) 메시지는 2차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일방적 양보는 강요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플랜B로 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핵 프로그램 재개로 풀이된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의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계속하는 조짐이 포착됐다고 했다. 미국 NBC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 양산에 들어갔고 2020년엔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은 이 논평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찍어 누르면 북한이 미국 말을 듣고 수그리기보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 세끼 먹고 버티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축구대표팀에게 플랜B를 안착시켜 꼭 우승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플랜B로 갈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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