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사는 오중식(77) 씨는 다음달부터 거리에서 일할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이 시작되는 탓이다. 오 씨는 지난 5년 간 구청에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인 '우리동네 공원 지킴이'로 일했다. 골목 이곳저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하루 3시간씩, 한달에 열흘을 일하며 27만원을 받았다.
그는 올해도 노인일자리 사업에 신청할 작정이지만, 상황이 예년과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2월 초에 신청, 날씨가 포근해지는 3월부터 일을 했지만, 올해는 모집 신청 기한이 한달 이상 앞당겨진 이달 8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오 씨는 "기초노령연금 외에는 수입이 없어 노인일자리 사업이 정말 필요한데, 추위가 한창인 2월부터 일을 시작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정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사업을 조기 시행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외 근로가 많은 노인 일자리 사업 특성상 혹한기를 피해 근무를 시작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한겨울부터 근무가 시작되는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자체에 '정부의 일자리 및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집행 계획에 따라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에 대해서도 조기 추진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겨울철 소득 공백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매년 3월에 시작하던 노인일자리 사업을 미리 시작하라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사업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예산을 배정하면 기초단체와 민간 기관에 나눠 신청을 받는다. 공익형, 서비스지원형, 사회서비스형, 인력파견형 등으로 구분되며 지자체 상황에 따라 유형별 모집인원이 다르다.
올해 대구시는 667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2만2천866개를 제공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급식 지원 등 실내 근무도 있지만 근린시설·교통안전 지킴이, 정류장 관리 같은 야외근로가 특히 많다. 대구의 경우 구·군들이 주관하는 사업 중 60% 이상이 야외근로다.
기초단체들은 갑작스러운 정부 지침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3월에 맞췄던 모집일정 등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탓이다. 복지부가 조기집행 시 각종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탓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평가에 뒤처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울며겨자먹기로 급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날씨가 많이 추워 노인분들 건강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예산을 조기 투입해 1분기 소득분배지수를 올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구청 한 관계자는 "정부는 겨울철 소득 공백을 이유로 들지만 1, 2월에 시작해도 9, 10월이면 일자리 사업이 끝나기 때문에 겨울철 소득 공백이 채워지지 않는다"면서 "가계동향 통계 결과를 좋게 내려는 얕은 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겨울 거리로 노인들을 내보내야 하는 기초단체들은 단축 근로나 실내형 일자리 우선 모집 등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혹한기에는 단축 근무가 허락되기 때문에 시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노인들에게 활동비 전액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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