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일지] '아버지가 보낸 스미싱 문자'

어르신들에게 '문자작성-전송방법'을 가르치는 노인복지관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다. 경험(?)이 있어 금세 방법을 터득한 어르신도, 2주 차 수업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분도 계셨다. 그 자리에서 아들에게 난생처음 문자를 보낸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려 10분이나 걸렸다. [아들아, 잘 지내고 있느냐? 아부지는 잘 있다] 짤막한 문자의 회신을 받아보는 데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저희 아버지는 문자 할 줄 모르십니다. 이런 장난치지 마십시오] 사실 할아버지가 문자를 하는 데 10분씩이나 걸린 것은 손이 느린 탓도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였다. 곧장 날아온 답장을 읽는데도 잠시 동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허허 웃으셨다. 아버지를 잘 챙기는 아들인 것 같았다. 아버지 핸드폰에는 '아들' 이라는 이름 표시로 전화가 걸려왔다. 할아버지는 지금 노인복지관에서 문자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으며 방금 메시지는 당신이 보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에 아들로부터 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아버지. 문자 배우신 거 축하드려요. 앞으로 저랑 자주 문자 주고받아요] 할아버지는 곧장 답장 문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사람들은 예전 문화, 즉 레트로에 관심이 많다.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체험할 만한 장소도, 기회도 적지 않은 편이다. 어르신들도 요즘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며 '시니어판' 신년 호를 기획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어르신들도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면 분명 소통이 시작될 거라 생각한다. 카톡으로 용돈 주는 할머니, 인스타그램에 하트를 눌러주는 할아버지,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겠다. 금세 익숙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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