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오늘은 만우절이래요."
1956년 4월 1일 만우절은 하필 일요일이었다. 이날은 부활절이기도 했다. 당시 김천 황금성당 주임신부로 있던 고 김수환 스테파노(사진 왼쪽) 추기경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런데 김 주임신부의 표정이 다소 멋쩍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살고 있는 유은주(64) 씨가 연 타임캡슐이다. 사진 속 여성은 유 씨의 어머니 고 문정숙 도미질라,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가 유 씨다. 유 씨는 "'바보 김수환 신부님'이란 제목으로 가족 사진첩에 보관돼 있던 것이었다"며 사진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사연은 이랬다. 만우절에 장난기가 동한 유 씨의 어머니가 당시 김 주임신부에게 거짓으로 "급히 종부성사를 해야 할 곳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병자성사'로 이름이 바뀐 종부성사는 급할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 신자가 임종을 앞두고 생전에 마지막으로 고해하는 의식이었으니 얼마나 다급했을까. 김 주임신부가 헐레벌떡 택시에 오르기 직전이다.
그러나 곧 만우절 장난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모두가 웃어넘기고 있는 장면이 사진에 담겨 있다. 김 추기경은 당시 김천 황금성당 주임신부이면서 성의여고 교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얼마나 속아주었을까.
공교롭게도 4월 1일 만우절이 가까워져 온다.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가벼운 에피소드 정도로 넘기기엔 적당한 하루다.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의 2009년 2월 16일 선종 이후 10주년이다. 타임캡슐 속에 있던 여유롭고, 반가운 사진이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 특집기획부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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