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우디, 정치범 고문·학대 입증 비밀문서 통해 확인"

가디언 유출 문서 분석 "상처·멍·화상·영양실조 등 학대 흔적"...사우디 당국 '묵묵부답'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인사 탄압이 주목받는 가운데, 사우디가 정치범을 고문하는 등 물리적 학대를 한 흔적이 담긴 비밀문서를 입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서는 사우디 국왕에게 제출할 목적으로 작성된 정치범들의 검진 기록들로, 고문 등 학대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한 수감자의 검진 보고서에는 "환자는 지속적인 각혈을 동반한 엄청난 체중 감소를 경험했고, 몸 곳곳에 상처와 멍 자국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또 "가슴과 등 아랫부분에 눈에 띄는 상처가 있다", "환자는 독방에서 특수치료소로 즉시 이송되어야 한다", "환자 다리에 멍이 심해 잘 걷지 못한다. 팔뚝과 등에도 상처가 보인다", "상처 때문에 환자는 꼼짝도 못 한다" 등의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몸에 큰 화상이 있다거나, 치료를 못받아 오래된 상처가 낫지 않는 것은 물론, 극심한 영양실조가 있다는 소견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살만 사우디 국왕은 다수의 여성을 포함한 60명가량의 정치범에 대한 검진을 허용했다. 지난 1월 진행된 검진 결과 보고서는 법정에 제출되는 것은 물론, 사면 또는 가석방 등 의견이 첨부돼 국왕에게 전달될 예정이었다고 신문은 부연했다. 이 과정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빈 살만 왕세자 측근의 반대가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무시한 채 검진을 강행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대변인은 "이번에 공개된 검진 보고서는 구금자들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당국은 구금된 인권운동가와 평화적인 반체제 인사를 전원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유출된 비밀문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눈치다. 앞서 접촉한 주미 사우디 대사관 대변인은 "사우디는 고문 금지 협정에 서명했으며, 모든 수감자에 대한 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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