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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잉여현실] 고통을 어루만지는 언어 -문학으로 휴(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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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바람이 붉은 장미 위로 찬란한 시간, 금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대구문학관 4층에서 문학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유가 필요한 시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질주의와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해 가는데, 책은 어떻게 우리 삶에 기여할 수 있을까? 문학이 어떻게 고통을 치유하는가?

대구경북작가회의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 행사는 모두 세 마당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첫 번째 마당은 대구경북의 상처와 아픔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원으로 둘러앉은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고유문이 낭독되었고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6년 전 지하철 중앙로역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는 "그때는 이렇게 인사도 없이 떠날 줄 몰랐다. 사랑하는데 사랑한다 말 못 하고, 일한다고 너의 졸업식에도 못 가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내 딸이어서 고마웠다. 사랑한다"고 했다.

1946년 어린 나이에 가창골에서 어미 아비를 잃고 살아온 아들, 딸들의 삶은 고난과 수모와 고통의 연속이었다. 참여자들은 억울한 죽음에, 폭력에 분노하고 참혹한 일들에 마음 아파했다. 우리 모두 저마다 사연을 들려주고 들어주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고, 눈물은 눈물로 연결되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무상한 행위가 있을까! 우리가 지금 여기서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이야기 나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문학이 고통을, 가슴속의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고백은 해원(解寃)의 과정이며, 연민과 사랑으로 서로를 연결시켜 주며 연대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여전히 기억하며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구도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노래하고 춤추는 혁명가가 되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었고 또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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