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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의 한시산책] 강 위의 어부[강상어자(江上漁者)] 범중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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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강이나 산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이들 江山往來人(강산왕래인)

농어회가 맛있다고 야단법석이네 但愛鱸魚美(단애로어미)

그대들 보았는가 나뭇잎 같은 배가 君看一葉舟(군간일엽주)

저 높은 풍파 속에 가물가물 하는 것을 出沒風波裏(출몰풍파리)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을 알지마는/ 가마 메는 괴로움은 알지를 못한다네(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 다산 정약용 선생의 한시 「견여탄(肩輿歎: 가마꾼의 탄식)」의 첫 대목이다. 이 시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가마 타고 다니는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다. 가마를 메는 사람들이 한 번도 가마를 타 본 적이 없듯이, 그들은 언제나 가마를 타기만 하고 가마를 메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가마꾼의 괴로움을 알 리가 없다.

"천하의 근심꺼리를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을 남보다 뒤에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송나라의 정치가였던 범중엄(范仲淹: 989~1052)이 지은 천하의 명문 「악양루기(岳陽樓記)」의 마지막 대목이다.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했던 사람답게, 그는 가마를 탈 위치에 있었을 때도 가마 메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의 한시에도 소외된 인간에 대한 참 애틋한 정서가 도처에 무르녹아 있는데, 위의 작품도 바로 그런 경우다.

강이나 산으로 유람을 다니며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농어회가 맛있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바로 그 농어를 잡기 위해 어부들이 험한 풍파 속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모른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마찬가진데, 유람객들은 농어회를 먹으러 왔다 갔다 하고, 농어 잡는 어부들은 하나 밖에 없는 목숨 자체가 왔다 갔다 한다. 가마 타는 사람들이 가마 메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내 몰라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어회를 먹는 사람들은 어부의 이와 같은 고통 따위에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다.

"그럼 왜 고기죽을 먹지 않느냐?(何不食肉糜)" 우매하기 짝이 없는 황제였던 서진(西晉)의 혜제(惠帝)가 온 천하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대책이라고 내 놓은 것이 바로 이거다. 곡식이 없으면 고기죽을 먹으면 될 텐데 왜 바보처럼 굶주리고 있느냐는, 정말 어이없는 반문이다. 그는 이처럼 세상물정에 캄캄한 채로 꿈속을 헤매면서 아둔하기 짝이 없는 정치를 하다가 마침내 독살을 당했다. 농어 잡는 어부들의 괴로움을 꿈에서조차도 모른 채로 농어회만 맛있게 먹었던 것이 바로 그 독살의 원인일 게다,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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