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국민은 도구가 아니다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그 문재인이 이 문재인이맞느냐." "태어나 처음 집회에 왔다.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던 '10·3 광화문 국민집회'에 참석한 청중들의 전언이다.

건국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평가받는 10·3 광화문 집회 후에도 문 대통령은 애써 무시하며 일언반구도 없다. 청와대 앞에서 수천 명이 주야 농성을 하는데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대응과 메시지는 내놓지 않으면서 "국론 분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집회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을 원하는 민심의 반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검찰을 겁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식은 한 국가 지도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안이하고 편향적이다. 조 장관을 사이에 두고 좌우 두 세력이 광장에서 주말과 공휴일마다 극단의 세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이게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말인가.

문 대통령은 여론조사에 의존할 이슈가 아닌 '지소미아 파기'는 여론에 따르고, 여론에 따라야 하는 '조국 장관 임명'은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 문 대통령에겐 친문 진영과 얼치기 좌파 홍위 세력만 국민인가 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2월 대선주자 당시 한 방송에서 "국민들이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문 대통령은 "(하야 집회가 열리는 일)그런 일이 없겠지만"이라면서도 "그래도 물러나라고 한다면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충분한 대화 시간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랬던 문 대통령이 현재의 문 대통령이 맞는가.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며 문 대통령이 격려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친문 진영이 똘똘 뭉쳐 순식간에 '적폐 중의 적폐'로 만드는 과정은 너무도 '조국스러운 모습'이다

이런데도 집권 당·정·청 어디서도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신들 입맛에 맞으면 "촛불 혁명"이라 치켜세우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정치 선동"이라고 몰아세운다.

'(기회)평등과 (과정)공정과 (결과)정의가 살아 숨 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문 대통령의 요즘 언행과 판단을 보면 눈을 씻고 봐도,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식 있는 국민들의 눈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붕당 패권' '분열과 선동' '자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것으로 비친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식들이 구속될 판인데도 검찰 수사에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조국이 어떤 존재이건대 국민을 분열시키고 분노케 한단 말인가. 문 대통령과 조국이 말하는 검찰 개혁은 우리 세력은 보호하고, 상대방 세력은 적폐로 몰아 수사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 정권이 한쪽의 힘을 빌려 한쪽을 제압하려 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어떤 선동과 기망에도 우리 국민은 진실과 본질을 분명히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내 편, 네 편을 모두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것이 문 정권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아니라면 국민의 심판과 몰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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