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수 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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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한규 칼럼] 피로 물든 호국 유적에 전망대라니

    [조한규 칼럼] 피로 물든 호국 유적에 전망대라니

    "한 달 농성 끝에 나와 보는 多富院(다부원)/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彼我(피아) 攻防(공방)의 砲火(포화)가/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아아 多富院은 이렇게도/大邱(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조그만 마을 하나를/自由(자유)의 國土(국토)안에 살리기 위해서는/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이 황폐한 風景(풍경)이/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고개를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머리만 남아 있는 軍馬(군마)의 屍體(시체)/스스로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戰士(전사)/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움직이던 生靈(생령)들이 이제/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多富院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安息(안식)이 있느냐/살아서 다시 보는 多富院은 죽은 者(자)도 산 者도 다 함께/安住(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시인 조지훈은 1950년 9월 26일 공군 종군문인단 일원으로 6·25전쟁 다부동 전투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 이렇게 절규했다. 2013년 가을 필자는 왜관지구, 다부동(칠곡), 적성리(문경), 포항지구, 안강지구(경주), 영천지구 등 영남지역 6·25 격전지를 취재하면서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多富院에서'라는 이 시를 읽고 가슴이 먹먹했던 적이 있었다. 매년 8월이 오면 수능시험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多富院에서'와 함께 유학산이 생각난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다부리)은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55일간 한미연합군과 북한군(조선인민군)이 치열하게 혈전을 벌인 전투현장이다. 다부동은 대구와는 불과 22km 떨어져 있다. 다부동 전선이 무너지면 곧바로 대구가 점령될 수 있으며, 경주-울산-부산이 위험해진다. 한미연합군은 그래서 6·25 당시 제2의 수도 부산을 사수하기 위해 마산-왜관-영덕을 잇는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했다. 국군 1사단(백선엽 장군)은 다부동 남쪽에 사령부를 두고, 북한 주력군이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낙동강 중부 전선인 '303고지(자고산,칠곡군 왜관읍 석전리)-328고지(석적읍 포남리)-숲데미산(숲이 깊은 산이란 의미석적읍 망정리)-유학산(석적읍 성곡리-가산면 학산리)'으로 이어지는 산지에 최후의 방어선을 쌓고 총력을 기울여 사수했다. 한미연합군은 8월 21일 저녁 이곳에서 벌어진 6·25 최초의 전차전 볼링앨리 전투(The Battle of the Bowling Alley)를 통해 대구로 진격하던 북한군 제13사단을 괴멸시키면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마침내 국군은 23-25일 유학산을 탈환함으로써 북한의 '8월 공세'를 막아냈다. 30여 년만의 가뭄과 무더운 날씨(37℃)에 치러진 다부동 전투의 승리로 대구를 사수한 것이다. 다부동을 병풍처럼 감싸안고 있는 유학산(遊鶴山839m) 정상에 있는 유학정에 오르면 대구 북구 일대가 보인다. 유학산은 북고남저(北高南低) 형상. 정상 700m 부근에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그런 산세로 다부동 전투 당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간 아홉 차례의 탈환전 중 아군의 희생이 가장 컸던 곳이다. 정상에서 적 포병이 대구를 공격할 수 있으니 반드시 탈환해야 했다. 한때 다부동 전투 현장은 일본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 학생들의 교육 장소였다. 학생들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이곳을 방문해 '다부동전적기념관' 옥상에 올라 유학산을 보면서 '제1사단의 후퇴와 전투'라는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때로는 직접 유학산을 등산하면서 전투를 학습했다는 것. 필자는 주민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은 이처럼 우리의 호국 유적지를 답사하며 안보 교육을 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유학산 정상에 '유학정'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팔공산과 금오산 일대의 빼어난 경관을 구경하기 위해 유학산을 등산한단 말인가. 유학산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우리 국군의 결사대들이 그 얼마나 스러져갔던가. 강원도 철원의 아이스크림 고지 다음으로 많은 희생이 있었던 곳이다. 유학산은 결코 싸구려 관광지가 아니다. 피로 물든 호국유적에 전망대를 세울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날의 함성을 들으며 온몸으로 호국을 체휼하는 역사의 현장이니 더욱 그렇다. 삼국시대의 천생산성, 고려시대의 냉산산성(숭신산성), 조선시대의 가산산성이 왜 이 일대에 있었던가. 영남 제일의 전략적 요충지인 유학산, 다부동은 우리 군과 전 국민의 살아 있는 안보 교육 현장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다부동 전투에 대한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AI를 활용해서라도 6·25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진지와 참호 등 역사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 입으로만 안보를 떠드는 시대는 지났다. 조한규(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정치학 박사)

    2025-07-10 19:42:37

  • [윤대식의 도시이야기] 이제 축소도시를 준비할 때

    [윤대식의 도시이야기] 이제 축소도시를 준비할 때

    오늘날 한국 사회는 비혼(非婚)의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지방도시의 인구감소는 도시의 쇠퇴와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구감소와 쇠퇴를 겪고 있는 도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기의 개발수요에 맞추어 건설된 주택과 인프라가 여전히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처방 중 하나가 축소도시(shrinking city)다. 축소도시의 정책목표는 물리적 도시 규모의 적정화와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공급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축소도시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도시가 과거 성장기의 패턴대로 외연적 확산을 계속 추구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축소 지향적 도시공간구조와 도시개발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대두되었다. 따라서 축소도시는 인구감소에 부응하여 도시 규모의 적정화, 공공서비스의 재배치, 압축적인 도시개발을 통해 시민들의 편리성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유지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는 도시개발과 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지방도시들은 인구의 감소뿐만 아니라, 젊은 노동력의 유출과 인구의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성장기의 패턴대로 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고 편리한 축소도시로 변신해야 한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중소도시에서는 원도심이나 구도심의 공동화(空洞化)가 문제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와 산업의 쇠퇴에 따른 고용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도심 공동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경험했고, 특히 미국 도시들은 일찍이 교외화와 도심 공동화를 경험했으며, 젠트리피케이션도 경험했다. 이런 이유로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思潮)도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와 고용의 감소에 따른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도시공간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많은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도시정비사업(주택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 등)이나 도시재생사업을 축소도시 정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공급을 위해 공공시설의 재배치와 함께 공공서비스의 전달체계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예컨대 다른 행정구역과 공공서비스 공동이용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근린생활권 단위의 도시계획을 강화해서 인구가 소멸하는 소지역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compact city),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OD: Transit-Oriented Development)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다 인구의 감소와 산업의 쇠퇴가 일어나는 도시는 도시기본계획 수립단계부터 축소도시 정책을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턱대고 과거의 관성대로 도시의 성장을 전제로 도시공간의 확장과 신규 택지개발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도시공간을 압축적으로 개발하고 주택 재개발(재건축)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 모든 주택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의 상향을 통해 사업의 수익성과 추진동력을 확보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주택 재개발(재건축)이 있을 때마다 용적률 상향을 통해 사업의 수익성과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 장기적 안목으로 고민해야 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도 없고, 구도심이나 도심 인근지역에 있는 각종 공공시설이나 군부대를 이전해서 새로운 개발 용지를 확보하면 더더욱 주택 재개발(재건축)은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비용도 많이 드는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보다는 신규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추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노후 단독주택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빈집 문제가 앞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눈앞에 닥친 현상만 보고 다가오는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도시계획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축소도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지방도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인구 증가를 목표로 하고 이를 전제로 수립되는 도시계획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많은 도시가 직면한 과제는 경쟁력 있는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고, 그 중심에 축소도시 전략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제 개별 도시마다 축소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준비할 때다. 윤대식(영남대학교 명예교수)

    2025-07-10 19:42:26

  •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지 한달이 조금 지났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여론조사 결과 대체로 60%를 상회한다.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본격적인 평가는 지금부터다. 일단 이재명 정권은 국내 이슈보다 해외 이슈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진척이 없다.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을 콕 집어 상호관세 25%를 8월 1일부터 부과한다고 편지를 보냈다. 트럼프와의 관세협상은 우리나라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GDP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를 보면 자동차 부품 25%, 철강과 알루미늄 50% 등 품목별 관세에다가 상호관세를 합치면 사실상 대미수출길은 막혀 버린다.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이재명 정권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대통령실은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다"라고 하고, 산업부는 8월 1일까지 시간을 벌었다고 한다. 지난 4월 25일, 워싱턴에서 한미 2+2 회담 후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큰 성과가 있었다고 언급한 것에 비해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다. 당시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과 최상목 장관이 협상하지 말고 차기 정부에 넘기라고 압박하면서 최상목 기재부 장관을 탄핵해 버렸다. 큰소리쳤던 이재명 정부는 왜 관세협상을 잘 하지 못할까? 필자는 세가지 이유라 생각한다. 첫째, 이재명 정권에는한덕수 같은 미국통이 없다. 둘째,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 셋째, 기본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이재명 정권이 좌파 정부라는 불신이 깔려 있다. 전통적으로 좌파 진보 정부는 국제관계에 약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최악이었다. 중국은 높은 산, 한국은 봉우리라고 아부했지만 중국에서 '혼밥'을 먹어야 했고, 미국 볼턴 안보 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 같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나토 불참이다. 나토는 과거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국가 연합체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방의 가장 강력한 방어체제이다. 여기에는 미국을 비롯해 32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토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토에 가서 트럼프를 비롯해 서방 국가정상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차버린 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국내 문제는 전광석화와 같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속도전을 내고 있는 결과물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20조 이상의 국가부채를 추가로 발행하면서까지 31조 8천억의 추경을 통과시켰다. 민생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현금살포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실력없는 정부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는 정책이 현금살포다. 그와 같은 정책을 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결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채 일괄 탕감으로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누가 빚탕감을 기대하고 신불자로 살겠나?"고 답변했다. 빚을 지면 일반인들은 성실히 갚거나 그것도 안되면 신용회복이나 회생제도를 이용한다. 도박으로 인한 빚이나 외국인까지 일괄 빚탕감하는 게 말이 되나? 입법폭주도 심각하다. 개정 상법이 이재명 정권의 핵심 정책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배드뱅크가 그것이다. 저소득층의 신용회복을 위하여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배드뱅크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의 주주들이 배임으로 경영진들을 소송제기 할 가능성이 있다. 방송법도 과방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이사 수의 증가와 보도국장의 임명시 노조와 반드시 합의토록 규정했다. 기존의 경영진들을 교체하고자 하는게 1차 목적이고 더 나아가 민노총 산하 민언련을 통해 장기적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뿐만아니라 보도채널까지 이 법의 대상이다. 그런데 YTN은 이미 민영화 되었다. 이는 명백히 사유재산 침해이자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으로 위헌적 소지가 있다.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 받은 사건도 검찰의 조작기소라는 프레임으로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 TF"를 발족시켰다. 진상규명 대상 사건은 대북송금, 대장동 비리, 김용 정치자금 사건 등이다. 모두 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이라 추정되는 사건이고 상당수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되었다. 확정된 사건들을 흔들고 있는 민주당이야말로 국기문란 세력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밖에서는 제대로 일을 못하고 집안에서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25-07-10 06:30:00

  • [이우탁의 외교전선] 시진핑 실각설 확산, 왜?

    [이우탁의 외교전선] 시진핑 실각설 확산, 왜?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上海)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신텐디(新天地)에는 중국공산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기념관(中共一大會址)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꼭 들러야할 성지(聖地)인데, 인근에는 한국인들이 꼭 들르는 상해임시정부 옛 건물이 있어 필자도 상하이 특파원 시절 자주 방문하곤 했다. ◆시진핑의 중국, 어제와 오늘 중국공산당은 1921년 7월1일 창당했다.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코민테른의 지원 속에 천두수(陳獨秀) 등 13명의 급진적 지식인들이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한 사립학교 기숙사에서 창립대회를 가졌다. 그 중에는 젊은 마오쩌둥(毛澤東)도 있었다. 중국공산당은 대륙을 침략한 제국주의, 특히 일제에 맞서 싸우면서도 국민당과의 국공 내전을 벌이면서 세를 키워갔다. 고난의 대장정 끝에 국민당에 승리한 뒤 대륙을 장악한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1일 톈안먼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만방에 알렸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일종의 세대론으로 시기를 구분한다. 1세대는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한 창업세대, 그리고 덩샤오핑(鄧小平 2세대)→장쩌민(江澤民 3세대)→후진타오(胡錦濤 4세대)→시진핑(習近平 5세대)으로 이어진다. 1987년 덩샤오핑은 제13기 전국 대표대회(13차 당대회)에서 '3보(步) 발전목표'를 제시했다. 예기(禮記) '예운'편에 나오는 말로 온포(溫飽)→소강(小康)→대동(大同)사회로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사회주의에 유교를 접목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느껴진다. ◆중국공산당 '백년의 목표' 중국공산당은 '백년의 목표'를 중시한다.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에 중국인들의 민생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는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 '대동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특히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는 시진핑이 제창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통치 철학과 '새로운 중국' 건설의 청사진으로 채택했는데 2049년을 즈음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패권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런 국가목표 건설을 위해 시진핑에 권력을 몰아줬다. 2018년 3월 헌법을 바꿔 '주석은 3회 연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시진핑 이전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연합하고 견제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시진핑은 과거 황제에 버금가는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한 것이다. 필자가 상하이 특파원 시절 만난 중국 지식인들은 19세기 중국인들이 서구 제국주의의 먹잇감으로 당했던 수모의 역사를 종종 얘기하곤 했는데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중국인들은 마이클 필스버리의 표현대로 '100년의 마라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스버리는 미국의 저명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 소장을 지냈는데, '100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Marathon)이라는 책을 펴낸바 있다. 그 부제가 바로.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슈퍼파워로 등장하려는 중국의 비밀전략(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다. ◆중국 도전에 맞선 미국의 전방위 공세 중국의 패권도전에 맞서 미국은 전방위 압박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제일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거칠게 다룬다.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아예 중국과는 무역을 하지 않을 기세로 초고율의 관세폭탄을 투하하는가 하면 국제무역망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뿌리채 흔들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압박에 외교적 수단이 총동원되고 있다. 2년 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인지 속도전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를 상대로 시진핑은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면서도 시간끌기로 맞서고 있다. 과연 미국의 공세를 시진핑은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까. 시진핑의 힘은 공산당에서 나온다.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공산당 당원수는 1억27만여명이었다. 그 런 당의 최정점에 서있는 시진핑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인가. 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시진핑 주석이 조만간 실각할 것이라는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 "시진핑이 축출된다?" 확산되는 실각설 '시진핑 실각설'은 올초 일부 중화권 매체나 중국내 SNS 등을 통해 알려지고 국내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그 내용은 최근 2년동안 중국군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숙청되고 군부 내 권력투쟁이 격화됐는데 시진핑이 군권 장악에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도 제기했다. '시황제'로까지 일컬어지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중국 최고지도자가 실각한다면 이는 핵폭탄급 뉴스가 될 사안이다. 처음에는 루머로만 치부됐는데 지난해 시진핑이 임명한 전현직 국방부장 웨이펑허와 리상푸, 그리고 친강 외교부장이 잇따라 낙마하자 최근에는 주류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이슈가 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클린은 6월27일 SNS에서 "중국을 주시하는 사람들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구성원, 특히 대중과 국가안보 부처의 신뢰 상실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의 리더십 변화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군부 숙청작업을 주도했던 '허웨이둥·먀오화 라인'이 갑자기 무너진 것으로 알려지자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시진핑은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목상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시진핑이 공산당내 반대파와 협상해 본인이 물러나는 조건으로 자신의 측근인 딩쉐샹을 당 총서기에 올리고,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지지하는 천지닝을 국무원 총리에, 그리고 장여우샤가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국제사회는 3년 전인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시진핑 주석에게 뭔가 말을 하려다 강제 퇴장당한 장면을 기억한다. 후진타오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당, 즉 공청단을 이끈 인물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중국 평론가들은 후진타오 등 당 원로의 지지를 받는 장여유샤가 군을 장악했으며 오는 8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20기 4차 전체회의, 즉 4중 전회에서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 이후 시진핑 직전까지 유지됐던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진핑 실각설 반대론도 만만찮아 반론도 있다. 시진핑 주석의 최근 동향을 보면 일단 시주석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시 주석은 여전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이끌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여러 정상회담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자신의 권좌가 불안했다면 해외 순방 일정을 짜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사우스모닝포스트 등 홍콩의 유력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군부내 부패 세력 숙청을 지속하는 등 군권 장악에 이상이 없다고 분석했다. 시주석이 6월30일 당 총서기 자격으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당 중앙 의사결정 조정 기구 업무 조례'를 심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공산당 창당 104주년을 앞두고 자신의 당내 입지를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는 최근호에서 시진핑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연설인 '신시대 청년들이 중국식 현대화 건설에서 가슴을 펴고 책임을 떠맡도록 격려하자'를 게재했다. 이는 시진핑의 건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으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1차 당대회에서 시주석이 4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2049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겠다는 중국공산당의 장기목표를 생각해볼 때, 그리고 1억명이 넘는 공산당원들이 중국 대륙을 버티고 있는 한 중국의 분열과 다당제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 질서로의 급격한 체제의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물론 2049년까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이끌 지는 않을 것이다. 시진핑의 물리적 연령을 생각할 때 그의 권력기반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4연임이 시작되는 2027년이 고비일 것이다. '시황제'가 흔들리면 그를 대신할 '6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 '100년의 마라톤' 즉 중국의 꿈을 향해 내달릴 것만은 분명하다.

    2025-07-02 06:30:00

  •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시집, 수필집 발간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시집, 수필집 발간

    김용덕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수필집 '소리 없는 풀잎의 말'과 시집 '바다에서 멈춰버린 우리'를 펴냈다. 수필집은 고요한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담긴 글 모음집이다. 작가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삶의 본질과 인간다움의 가치를 성찰해왔다. 이 책은 바람결에 흔들리는 풀잎, 조용히 피고 지는 꽃잎, 입을 닫은 돌멩이조차 말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글들로, 일상의 틈마다 숨어 있는 자연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수필집은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고 노래하는 글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맺는 관계의 의미를 깊이 있게 묻고 응답하는 글의 여정이다. 이 책은 '미래를 지향하는 청년', '자연에서 시작하는 생물의 다양성', '기억의 숲, 삶의 향기', '그 손의 냄새, 길 위의 숨결들', '삶의 고갯길에서 피어난 눈빛' 등 5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시집 '바다에서 멈춰버린 우리'는 자연과 인간, 기억과 삶이 교차하는 시적 풍경 속에서 잊혀진 진실을 다시 불러내는 생명 시집이다. 시인은 바다와 바람, 숲과 햇살 같은 자연의 언어를 통해 인간의 무지와 욕망을 비판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연민과 회복의 감각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문제를 직시하며, 자연을 하나의 살아 있는 몸으로 인식하는 생태 철학을 시로 풀어낸 그의 시편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일깨우는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저자는 2021년 '시와늪', 2023년 '산림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청년·시민사회·자연보호 운동 등 다양한 공공영역에서 활동해왔으며, 생태적 감수성과 정책적 통찰을 아우르는 문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현주 기자

    2025-06-27 06:30:00

  • [배종찬 칼럼] 쌓이는 악재, 김민석 인사와 트럼프 대응

    [배종찬 칼럼] 쌓이는 악재, 김민석 인사와 트럼프 대응

    임기 초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교적 좋은 편으로 나오고 있다. 여당 지지율보다 약 10%포인트 더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국정 주도권을 쥐기에 딱 좋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20일 실시한 조사(전국2514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포인트 응답률6.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취임 둘째 주 국정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9.3%가 '잘 했다'고 평가했다. '잘 못했다'는 응답은 33.5%, '잘 모르겠다'는 7.2%로 나타났다. 거의 6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그런데 이 지지율이 임기 초반이라서 또는 여당 및 정부 세력과 경쟁할 보수 정당이 부실해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대통령은 임기 시작 후 2주 만에 야당 지도부를 초청해 관저에서 오찬을 가지고 보통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만 '30일 기자회견'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율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긍정 지지율은 60%다. 이 지지율을 얼마나 오래 가져갈지가 이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데 악재는 임기 초반부터 쌓이고 있다. 첫 번째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 자금 즉 돈을 받은 출처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고 지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은행 계좌 등 일체의 근거 자료를 제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들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거의 해명되지 않았지만 가족과 관련된 부분을 건드리지 말라고 감성적으로 호소하는데 그치고 있다. 중국 칭화대에서 받았다고 하는 학위는 더욱 가관이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영어로 작성된 김 후보자의 칭화대 석사 학위에 상당 부분 인용(김 의원은 표절이라고 설명)된 다른 유명 학자나 기관의 영어 논문에 대해서 작성자인 김 후보자는 거의 인지하지 못했다. 김희정 의원은 김민석 후보자의 논문 표절율이 41%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건설업자가 전세 계약을 했다고 하는 김 후보자의 어머니 빌라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은커녕 해명조차 못하는 상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보다 더 크게 쌓이는 악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B-2 스텔스 폭격기, 벙커버스터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 사실상 이란의 핵 시설을 초토화해 버린 셈이다. 미국의 이스라엘 공격을 통해 확인하게 된 사실은 전 세계 군사 최강대국이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이란 폭격을 보면서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 시설 정밀 타격 계획을 세웠던 과거가 소환되고 있다. 이미 핵을 20~50기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용인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자위권'은 무엇이 될까. 답도 나오지 않는 남북회담이 될까 아니면 30여 년 전 실현하지 못한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이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 북한에 대해 'Nuclear Power'라고 지칭했다. 핵 보유 세력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수순은 핵의 완전한 폐기보다 감축 쪽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는 하나이든 둘이든 숫자에 관계없이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데 북한과 미국 사이의 핵 군축 협상에 들러리를 서야만 할 일일까. 이 와중에 여당의 중진 의원은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미국이 이란의 핵 제조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과 관련, "미국을 공격하지 않은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은 정당성이 없는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가뜩이나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인데 어떤 의미로 전달될까. 임기 초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양호한 편이지만 악재는 시나브로 계속 쌓이고 있다. 배종찬 소장(인사이트케이)

    2025-06-25 20:26:43

  • [이우탁의 외교전선] 美·이스라엘은 왜 이란을 때렸나

    [이우탁의 외교전선] 美·이스라엘은 왜 이란을 때렸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했다. 이란의 대응·보복 수위가 주목된다. 이란의 선택에 따라 이른바 제5차 중동전이 발발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란의 선택은 두 가지다. 미국, 이슬라엘과의 확전이냐 아니면 이스라엘과의 소모전에 그치냐다. 어떤 상황을 선택하더라도 미국과는 '약속대련'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이란은 진퇴양난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굴복시 전권 붕괴 위험이 있고 강경 보복시 미·이스라엘의 추가 개입에 이어 국가 존망의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단의 영역에 들어선 인류…핵무기의 위력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미국은 한방에 적군이 항복할 가공할 무기 개발에 착수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올인한 미국은 결국 1945년 7월16일 월요일 오전 5시 30분, 미국의 황량한 사막지대에서 태양이 폭발한 것과 같은 거대한 섬광이 대지를 대낮처럼 밝힌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원자폭탄의 위력을 알고 두려워했다. 인류가 들어서선 안될 금단이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인류가 핵무기를 경험한 것은 1945년 8월 6일과 8월 9일이었다.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그 결과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끝냈고,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공포의 핵균형' 속에 인류는 살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도 자국의 생존을 위해 비밀리에 핵개발에 성공했고, 북한도 사실상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너무 상식적인 얘기 같지만 핵무기는 한 개의 원자가 어떤 조건 하에서 두 개의 원자로 나눠질 때(핵분열)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한 폭탄이다. 그렇다면 핵분열성 물질은 무엇인가? 쉽게 분류해서 플루토늄과(科)와 우라늄과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라늄은 자연에서 얻어질 수 있다. 플루토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뒤에 추출할 수 있다. 미군이 일본에 떨어뜨린 핵폭탄은 각각 다른 종류였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은 우라늄 핵폭탄이었고,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이 플루토늄 핵폭탄이었다. 우라늄 핵시설이 왜 공포의 대상이 될까.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큰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인공위성 등을 통해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라늄 핵시설은 은닉하기 매우 수월하다. 우라늄은 일반 환경에서도 방사선 노출이 많지 않다고 한다. 성질이 온순한 고농축 우라늄은 그냥 길게 나열된 상태(포신)에서 'p조각으로 나누었다가 기폭장치가 터지면 그대로 뭉쳐 임계질량이 되면 폭발한다. 특별히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갖춘 시설도 깊은 산속이나 지하에 만들어 놓을 수 있다. 미국의 정보위성망에서 벗어나기 용이함을 의미한다. 미국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북한의 강선 핵시설이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들은 모두 철저하게 숨겨져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죽을 힘을 다해 이 시설들을 찾아내 파괴하려고 한다. 왜일까. 만약 북한이 만든 핵물질이 중동의 한 국가나 테러리스트 조직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대인들이 쥐락펴략하는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남의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다른데도 아닌 중동의 한복판에서 이란이 우라눔 핵폭탄을 만들기 일보 직전까지 다가셨다. ◆ '핵무기 일보직전' 이란 핵개발 어디까지…비상걸린 美.이스라엘 이란은 일찍이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1950년)하며 원자력 개발을 시작했다. 친(親)서방 군주가 통치하던 때였다. 그런데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란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이어갔다. 특히 중국과 파키스탄과의 협력으로 이란의 핵개발은 급진전됐다. 2000년대 초 국제 사찰단은 이란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의 흔적을 발견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은 2015년 이란과 핵합의(JCPOA)를 타결했다. JCPOA는 이란에 대해 3.67%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란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는 합의라며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였다. 무기급 수준까지는 못가고 60% 수준에 도달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JCPOA 복원을 선언하고 2021년 4월부터 이란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2022년 8월 마지막 회담을 끝으로 협상은 중단됐다. 이란은 2023년 고농축 우라늄 생산 재개를 선언했다. 그 즈음 IAEA는 이란이 무기급 핵 개발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IAEA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이란은 순도 60%의 우라늄 약 275㎏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핵무기 약 6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일각에서는 단 3주 만에 핵탄두 9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적어도 6개월 안에 초보적 수준의 핵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급히 지난 4월 이란과의 핵협상을 재개했다. 핵심은 역시 우라늄 농축 수준이었다. 양측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은 '나쁜 합의'가 나올 것을 우려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전면 금지하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6월13일 선제공습을 감행했다. 이란의 지상 핵시설인 나탄즈 핵시설을 타격하고 군 수뇌부와 주요 핵 과학자를 암살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의 심장, 포르도를 파괴해야만 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고농축 우라늄 기지인 포르도 기지는 당연히 깊은 산악지대의 지하에 건설됐다. 단단한 암벽 아래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돼있어 이스라엘이 보유한 공습 무기로는 파괴가 불가능하다. 이 시설을 폭파할 수 있는 무기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초강력 벙커버스터'인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뿐이다.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22일 포르도 핵시설을 포함해 이란의 3대 주요 핵시설에 벙커버스터를 퍼부었다. 공습 이후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는 대국민연설에서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축 우라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완전한 제거가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다. 앞서도 설명했듯 고농축 우라늄은 심각한 방사능 노출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고, 고농축 우라늄이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우라늄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란 당국은 미군의 공습이 있었지만 포르도 핵시설 지상부만 손상된 상태이며, 특히 농축 우라늄을 미리 다른 장소로 옮겨놓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주장대로 포르도 핵시설이 건재하거나 농축 우라늄이 안전하게 옮겨졌다면 이란은 미국의 공습을 계기로 오히려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산업(핵프로그램)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의 보복을 다짐한 것이다. ◆ '이란 항복' 요구하는 美, 이란 다음은 북한일까 미국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함께 분명하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쥘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모든 수단을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의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감안할 때 이란 핵의 심장인 포르도 핵시설 등의 타격은 심각한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순교를 각오한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넓디 넓은 이란 영토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은닉할 산악지역은 널려있다. 결국 이란을 움직이는 실권자들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고 썼다. 그리고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슬람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는 '정권교체'까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 프로그램 전면 포기 등을 택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 안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항복 아닌 순교자적 저항에 나서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할 경우 중동발 세계대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패권도전국인 중국을 압박하는데 올인해온 안보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을 반드시 굴복시키겠다는 트럼프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세계인의 시선이 예측불허의 트럼프에 쏠리는 이유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란 사태는 곧바로 한반도와도 연결된다. 미국이 이란에 한 것처럼 북한의 핵시설들을 향해 벙커버스터 버튼을 누를 것인가. 그러나 북한은 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핵능력을 이미 보유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의 첫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강행해 사실상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20기에서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은은 아예 어린 딸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첨단 고농축 우라늄 시설들을 내외에 과시할 정도다.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로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선제공격하려면 상대의 핵무기 보복을 감수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공포의 균형'이라고 하는데 1945년 이후 한번도 핵무기를 투하한 적이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게다가 북한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머리 위에 북한의 핵무기를 지고 살아야 할 한반도 남쪽의 사람들의 생존이 걱정되는 오늘이다. 〈칼럼니스트〉

    2025-06-24 06:30:00

  • [엄태윤의 국제정세]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국제정세 현안

    [엄태윤의 국제정세]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국제정세 현안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두 번째로 통화를 했으며, 18일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현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국제정세 과제가 산적해 있어 실용외교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이 정부의 국제통상 숙제는 트럼프 정부와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7월 8일 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여 불만을 사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 중 영국만이 관세 협상을 타결하였으며, 일본은 신중하게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치킨게임 관세 전쟁을 벌였으나, 미·중 양국은 1·2차 무역 협상을 통해 90일 동안 관세를 각각 115% 인하하고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를 해제하며, 미국의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를 해결하는 등 발등의 불을 수습하였다. 한국의 대미 수출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한·미 간 통상협의가 제대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통상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환율 문제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있다. 협상을 잘하여 국익을 챙겨야 할 것이다. 국제안보 문제는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미중패권경쟁의 갈등 구도가 트럼프 1기, 조 바이든 정부, 트럼프 2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압박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중동정세가 불안해지고 있으며 국제 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원유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이 파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쯤 끝날 것인지 알 수 없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는 한국의 안보 상황과도 직결되어 있다. 그 이유는 북한이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했으며 북·러 군사동맹 관계가 밀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각종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고 있어 한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5월 31일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동맹국을 향해 "중국과 경제협력, 미국과 안보협력을 모두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이는 "대중국 압박에 동참해달라"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실용외교 방향이 궁금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대만침공을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에서 중국·러시아 견제, 대만해협 문제 등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 미 공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가 양안 문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최근 중국 항공모함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나타났다. 이를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4천500명 이동을 생각하고 있다. 과거 실제로 주한미군이 감축된 사례도 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인 빅터 차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경우, 북한이 오판할 수 있다"라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북한이 이를 받지 않았다. 트럼프의 속내는 분명하다. 또다시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싶은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영변에 새 핵시설을 만들고 있다"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없는 협상은 무의미하다. 동북아지역에서 향후 2년이 중요하다. 트럼프는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정책의 성과를 거두는 데 집중할 것이며, 시진핑도 2027년이 4연임을 결정짓는 중요한 해이다.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북·중·러 동맹을 견제하고 우리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중 간에서 줄타기가 아니라 확고한 한미동맹으로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2025-06-19 06:30:00

  • [알림] 함양박씨대구경북종친회(회장박해율)정기총회

    [알림] 함양박씨대구경북종친회(회장박해율)정기총회

    ▶알림=함양박씨 대구경북종친회(회장 박해율)정기총회. 21일(토) 12시. 청궁식당(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앞)

    2025-06-19 06:30:00

  • [곽수종의 이슈진단] 21세기 미국의 리더십, 유지승강(柔之勝剛)

    [곽수종의 이슈진단] 21세기 미국의 리더십, 유지승강(柔之勝剛)

    진짜 강한 자는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일에 수도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자신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 퍼레이드는 1991년 걸프전 승리 이후 34년 만이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이번 퍼레이드가 진행된 컨스티튜션 애비뉴를 따라 탱크들이 행진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7년에도 열병을 추진했지만 9천200만 달러(약 1천3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과 기타 준비·운영 문제 등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 군사 퍼레이드 행사에 참관한 뒤 이와 비슷한 행사를 열기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는 1789년 혁명가들이 옛 요새였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군주제 폭정에 항의한 것을 상징하는 '바스티유 데이'에 매년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한다. 미국 동쪽 한편에서는 워싱턴 DC의 군사 퍼레이드가 열렸지만, 미국의 다른 반대쪽인 캘리포니아를 비롯해서 전국에서는 수십만 명이 "노 킹스(No Kings, 왕은 없다)"라는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이 거리 행진이 있었다. LA에는 진압과 질서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 4천여명이 투입되고, 해병대 700명도 추가 파병됐다. 군 투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치적 계산, 그리고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 변화의 맥락에서 그 속내를 읽을 필요가 있다. 다시 장소를 옮겨보자. 수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립전쟁 당시 복장을 한 병사들, 2차 세계대전의 셔먼 전차, 그리고 현대 군사 충돌에서 사용된 중장비 등이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미국 판 '바스티유의 날' 이었을까? 미국 사회와 리더십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군이 정치에 동원됐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은 군인들이 한 사람이나 정당에게 충성을 보이도록 유도되는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았었다. 선을 분명히 지켰다. 군인들을 정치적 교전의 한가운데에 서는 순간, 군은 더 이상 헌신적인 봉사자로 보이지 않고 정치 플레이어로 인식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민이 가진 군에 대한 신뢰도 사라진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의 반-이민세관 단속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미 해병대를 투입했다면 당연히, 왜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같은 날 이른 새벽 (미 중부 시간) 미네소타에서는 두 명의 주 의원이 총격을 당했다. 이 중 한 명은 사망했다. 팀 월즈(Tim Walz) 주지사는 이들이 정치적 이유로 표적이 되었으며, 용의자가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타깃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해당 지역의 "노 킹스" 시위에 접근하지 말 것을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시위에 참석할 예정이던 의원들에게 "신빙성 있는 위협"이 확인되었다며 대피 조치를 취했다. '노 킹스' 시위현장 분위기는 워싱턴 디시의 조용하지만 축제 분위기를 띤 퍼레이드 현장 장면들과 대조를 이루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침을 뱉으면, 우리는 때린다.". 경고가 아니라, 오히려 기대에 찬 흥분된 표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들은 시민을 향해 머리를 피투성이로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정부의 힘을 사용할 때는 최대한 인내하고 자제해야야지, 기꺼워해서는 안 된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1992년 LA 폭동 때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하지 않았다. 위헌이었다. 로드니 킹 폭행 사건 가해 경찰 4명'에게 무죄 판결이 나자 당시 LA는 폭발했었다. 경찰은 제압하지 못했고, 약탈·방화·폭행이 잇따랐다. 63명이 사망하고, 2천 명이 부상했으며, 1만 2천 명이 체포되었다. 마침내 LA 시장과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으로, 부시 대통령은 그제서야 주방위군을 연방화하고 해병대와 육군 병력을 파견했었다. 연방군은 4월 29일에 시작된 폭동을 5월 2일쯤 제압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국 연설을 통해 군을 동원하게 된 자신의 판단과 사실관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국민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아 진정성있게 설명했다. 그 누구도 당시 부시 대통령이 권위주의적 조치의 시작을 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바스티유 데이'의 군사 퍼레이드는 루이 16세가 통치하던 '절대왕정 체제'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것의 폭발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전제정치의 상징이 바로 바스티유 감옥이었다. 국가 재정이 파탄나고, 흉작과 곡물가격이 폭등했고,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 '앙시앙 레짐'이라는 구제도 하에 고작 2% 남짓하던 특권세력들에 대한 98% 국민들의 당연한 저항이었다. 1789년 8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 제정되었다. 적어도 미국은 이런 국가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의 리더십은 번쩍이고 위협적인, 허세 넘치는 퍼레이드로 마치 소련의 메이데이 퍼레이드 같고, 북한이 여전히 하는 방식은 아니다. "위험한 세상에서, 이란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이 우리가 가진 것을 보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설마 미국이 이렇게 생각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이건 미국의 방식이 아니다. 진짜 강함이란 과시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크고 강해서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는 주변에 모든 것을 안으로 휘감아 버린다. 이란-이스라엘 전쟁도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핵 개발까지는 수년이 걸린다고 했었다. 올해 3월 의회 청문회장에서 증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개발 가능하다."고 이스라엘을 두둔한다. 냉전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들은 전통적인 지원 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자체 대안을 만들었다. 예컨대, 빌 클린턴의 아프리카 부채 감면 정책, 조지 W. 부시의 밀레니엄 챌린지 공사 및 에이즈 긴급 대응 계획, 버락 오바마의 파워 아프리카, 그리고 트럼프 1기 정부의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 및 개발 금융 공사 (Africa Finance Corporation, AFC) 등이 있다. 미국의 리더십을 시대 변화에 맞게 재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전문 조직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기관을 개혁하고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낡은 제도를 와해하려는 개혁적인 도전은 미국의 진정한 리더십이 숨어 있는 비군사적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큰 기회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이처럼 적과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두고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柔之勝剛, 부드러움이 결국 강함을 이겼다.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 박사

    2025-06-19 06:30:00

  •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제45회 자연보호 전국 세미나 성료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제45회 자연보호 전국 세미나 성료

    국내 최대 자연보호운동 단체인 (사)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김용덕)은 13, 14일 경상남도 사천시 남일대리조트에서 제45회 자연보호 전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우주와 미래세대 먹거리를 위한 선택-지구야 그만 변해! 우리가 변할게!' 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환경부, 경상남도, 사천시가 후원했다. 행사에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협의회 소속 회원들과 관련 기관·단체장, 전문가, 공무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2050 플라스틱 없는 세상 만들기'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참석자 전원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을 선언하고, 범국민 생활실천 캠페인 확산에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김용덕 총재는 개회식에서 "지난해 전국 173개 마을숲을 대상으로 수행한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사업 결과가 향후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과 자연환경 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김 총재는 본인의 저서 수필집 '소리 없는 풀잎의 말'과 시집 '바다에서 멈춰버린 우리'를 소개하며 판매금 전액을 산불 복구 기금으로 경상남도에 기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흙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자연보호 활동에 참여해왔고, 자연과 벗 삼아 살아오며 쓴 글들을 모아 수필집으로 펴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도훈 기자

    2025-06-16 06:30:00

  •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제45회 자연보호 전국 세미나 성료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제45회 자연보호 전국 세미나 성료

    국내 최대 자연보호운동 단체인 (사)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김용덕)은 13, 14일 경상남도 사천시 남일대리조트에서 제45회 자연보호 전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우주와 미래세대 먹거리를 위한 선택-지구야 그만 변해! 우리가 변할게!' 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환경부, 경상남도, 사천시가 후원했다. 행사에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협의회 소속 회원들과 관련 기관·단체장, 전문가, 공무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2050 플라스틱 없는 세상 만들기'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참석자 전원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을 선언하고, 범국민 생활실천 캠페인 확산에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김용덕 총재는 개회식에서 "지난해 전국 173개 마을숲을 대상으로 수행한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사업 결과가 향후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과 자연환경 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연맹은 올해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이재민 성금 1천만 원을 경북도에 전달했다. 김도훈 기자

    2025-06-16 06:30:00

  • [조한규 칼럼] 가야산에 천마가 있는 뜻은

    [조한규 칼럼] 가야산에 천마가 있는 뜻은

    천마(天馬)가 서쪽을 향해 비상하고 있고 모습의 가야산(伽倻山). 한국 12대 명산의 하나로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가야산의 이름은 가야산 외에도 우두산(牛頭山)·상왕산(象王山)·설산(雪山)·중향산(衆香山)·기달산(怾怛山) 등 여섯 가지가 있었다. 주봉은 상왕봉(象王峯, 1,432.6m)과 칠불봉(七佛峯, 1,433m). 가야산 지명의 유래와 관련해 세 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로 옛날 가야 지방이라는 역사적 명칭에서 '가야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것. 정설이다. 그런데 불교 전래와 802년 해인사 창건 이후 범어(梵語)에서 '가야'는 소를 뜻하고 '가야산'은 인도의 불교 성지여서 '가야산'이라는 명칭이 정착됐다고 한다. 둘째로 불교 전래 이전 주봉의 형상이 소의 머리와 비슷해 '우두산'이라고 불렀다. 셋째로 주봉 상왕봉의 '상왕(象王)'이 '열반경'에서 부처를 말하는 것이어서 '상왕산'이란 명칭도 사용한 바 있다. 가야산, 우두산, 상왕산이란 이름은 모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가야산의 모습이 위성사진에서 너무나 뚜렷하게 천마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니, 천마의 의미를 그냥 간과할 수 없다. 전통적인 풍수지리의 두 유파인 이기론(理氣論)과 형세론(形勢論)으로 따져 볼 것도 없다. 필자의 눈에는 그냥 가야산 정상 일대의 형상은 천마(天馬) 그 자체다. 심지어 천마총의 천마가 백마(白馬)이듯이 가야산의 천마도 백마다. '천마산'이란 별칭을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다. 천마총의 백마는 신마(神馬)로서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야산의 천마가 우리에게 알리는 하늘의 뜻은 무엇일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인가. 그 해답은 역시 가야산의 해인사에 있다. 해인사의 '해인(海印)'에 있는 것이다. '해인'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부처의 지혜로 우주의 모든 만물을 깨달아 아는 일이며, 법의 관조를 바다가 만상(萬象)을 비추는 것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한마디로 '해인'은 '바다처럼 넓고 깊은 지혜'를 의미한다. 과연 오늘 우리에게 가야산의 천마는 어떤 지혜를 주고 있는 것일까. 팔만대장경이 담고 있는 반야의 지혜인가. 가야산의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의 접화군생(接化群生) 지혜인가. 불이(不二)요 일원상(一圓相)이며, 만법귀일(萬法歸一)-만물동근(萬物同根)의 지혜를 일컬을 터.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는 "접화군생의 접은 관계, 화는 순환, 군은 다양성, 생은 생명으로 뭇 생명에 다가가 사귀어 감화시키고 변화시키고 교화하자는 공동체 정신이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임진왜란 당시 승군 의병을 지휘했던 사명대사(四溟大師) 유정(惟政)이 홍제암에서 입적 직전에 외친 '우주 자연의 변화로 광대한 덕화'인 '대화(大化)'의 지혜이기도 하다. 그 지혜는 일제 강점기 해인사 청년 승려들의 독립만세운동과 항일운동으로 이어진 것이고... 일찍이 시인 오탁번은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란 시에서 "천마의 울음소리에/천오백년 깊은 잠을 자던/왕과 백성들이/천마표 타임머신 타고/광속(光速)으로 달려온다"고 노래했다. 그렇다. 일천오백의 세월을 뛰어넘어 천마총의 천마가 AI시대를 맞아 가야산의 천마로 대변신, 광속으로 달려오고 있다. 우리에게 '대지(大智)'를 주기 위해. 그리고 서쪽 하늘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조한규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정치학 박사

    2025-06-13 06:30:00

  • [윤대식의 도시이야기] 도시 발전,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

    [윤대식의 도시이야기] 도시 발전,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

    최근 많은 지방도시가 인구감소와 산업의 쇠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의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거점 대도시들까지 쇠퇴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도시의 발전을 이끌 방법은 무엇일까.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의 저자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소위 창조계급(creative class)이 도시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는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3T가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관용 혹은 포용력(tolerance)이 바로 그것이다. 리차드 플로리다는 미국 하이테크 도시(창조도시)들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동성애자(gay) 지수와 보헤미안(Bohemian) 지수를 활용한 결과, 이들 도시에는 대체로 동성애자와 보헤미안의 인구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밝혀냈다. 아울러 이들 도시는 그가 명명한 용광로 지수(도시 내 외국인 인구의 비중)도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리차드 플로리다는 도시 간 경쟁에서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의 관건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보았고, '장소의 질'이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도 다양한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그가 말하는 '장소의 질'은 매력적인 주거환경,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문화적 토양, 환경적 쾌적성(amenity)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의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는 1970~2000년 사이 미국에서 고학력 성인 인구의 비중이 큰 도시는 그렇지 않은 도시에 비해 인구의 증가 비율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학력자가 도시의 발전을 이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분석 결과이다. 그리고 고학력 인재가 많은 실리콘밸리는 쇠락한 자동차산업 도시인 디트로이트와 달리 몇몇 대기업이 지배하는 도시가 아니라, 크고 작은 많은 기업이 분업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경쟁하는 이유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살아 있음을 주장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성공한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실리콘밸리의 강점은 경제적 기회나 즐거운 근무 환경에 이끌려 온 인재에 있음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태동과 성장에는 스탠퍼드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중심에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드릭 터먼(Frederick Emmons Terman: 1900~1982)이 있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전기공학 교수였던 프레드릭 터먼은 제자들의 기술개발과 창업을 장려하고, 지식 재산권 이양, 기술 자문 등을 통해 초창기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혁신적 역량을 갖춘 인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업들이 텍사스주(오스틴 등)나 애리조나주(피닉스 등)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떠나는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높은 주거비용과 생활비,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그리고 과도한 규제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의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 및 생산 비용, 낮은 세율, 인적자원(고급 인력) 및 에너지 공급능력, 기업친화적 정책과 제도가 실리콘밸리의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보통신(IT)산업을 비롯한 하이테크산업의 남방한계선이 판교라는 보도가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 이는 하이테크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인재)의 공급이 지방에서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러한 경험적 사실과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미래 도시는 인재가 도시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도시발전을 위해 일자리가 먼저인지 사람(인재)이 먼저인지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할수록 인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천연자원(원료)과 육체노동의 효율적 결합이 경제발전의 원천이었고, 전통적인 산업입지론은 원료와 제품(생산물)의 수송비를 최소화하는 장소를 최적 입지로 보았다. 그러나 하이테크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이제 고급 지식과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원천이 되었고, 전통적인 산업입지론은 많은 업종에서 설명력을 잃었다. 그만큼 고급 지식과 과학기술의 가치가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재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발전을 위해 단순히 기업(일자리)을 유치하는 전략에서 탈피하여 인재를 유인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다. 인재들은 어디서 살고 일하기를 원하는지, 인재들의 생활양식(life style)과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럼 도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제 우리 도시들도 이런 질문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산업구조도 지식산업과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윤대식(영남대학교 명예교수)

    2025-06-13 06:30:00

  • [홍석준 칼럼] 대한민국 호는 어디로 가나?

    [홍석준 칼럼] 대한민국 호는 어디로 가나?

    이재명 정권이 탄생했다. 싫든 좋든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지여부를 떠나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는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이재명 정권 출범 첫날 3대 특검이 통과되었다. 10일에는 국무회의도 통과되었다. 내란종식을 강조하지만 명백한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과 채해병 특검은 내란과 아무 관계없는 사항으로 정치보복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시즌2를 넘어 우파보수 진영에 엄청난 위협과 압박이 될 것이다. 3대 특검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특검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 특검은 기존의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서 미진한 면이 있을시 보완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란과 명태균 사건은 이미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이다. 특검으로 또 무엇을 하려 하나? 둘째, 특검의 규모는 파견검사만 120명이고 수사관을 포함하면 총 577명이다. 우리나라 검사 총정원이 2290명이다. 여기서 공판검사 350명과 교육, 병가 등으로 결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사검사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파견검사가 20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기, 절도, 폭행, 마약 등 민생사범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수 밖에 없다. 셋째, 특검법의 내용이 다분히 위헌적이다. 인지 수사를 인정하여 수사 범위가 사실상 무제한적이다. 또 수사진행 상황을 매일 브리핑 하도록 하여 개인에게 망신과 모욕을 주게 된다. 민주당은 이재명 수사에 대해서 피의사실 공표 한다고 얼마나 비판했나? 명태균 수사로 국민의힘 공천과정을 수사하는 것은 정당의 자율성에도 정면으로 위반된다. 이것은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줌으로써 내년 지방선거에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검 추천권은 국민의힘은 배제된 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만 주어졌다. 대법원장에게 추천권을 주자는 기존 합의도 위반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하겠다고 했다. 인사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력파를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인사는 그것이 말장난이고 공염불에 그치는 것 같다. 인사의 특징은 첫째 실력파가 아닌 충성파 혹은 아부파를 집중 인선한다는 것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심복인 김현지, 국민들을 분노케한 코인 선생 김남국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태형, 전치영, 이장형 등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사들을 민정수석 라인 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심지어 이승엽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 인사를 하는데 철저히 본인에게 충성하는지 여부로 공직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인사 두번째 특징은 "전과자 우대"라는 것이다. 본인이 전과 4범이라 그런지 몰라도 유난히 전과자가 많다. 김민석 총리 내정자도 전과 4범이다. 질도 좋지 않다. 미 문화원 불법점거, SK와 지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추징금을 오래동안 내지 않다가 21대 들어와서야 납부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과 2범이다.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하여 어린이 안전에 신경 많이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무면허 운전 경력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김경수 전 지사다. 행안부 장관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경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를 조작한 드루킹 몸통이다. 이런 사람이 선거 주무부서인 행안부 장관이 되면 되겠는가? 이재명 정권은 국민통합과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뒤집고 왜 이렇게 막 나가는 걸까? 자신감 때문이다. 국회는 이미 압도적 다수석을 점하고 있다. 사법부도 알아서 기고 있다. 서울고법에서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심을 사실상 무기연기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대장동 사건도 무기연기했다. 대북송금, 위증교사, 법인카드 재판도 뒤를 따를 것이다. 법원이 왜 이렇게 무력하게 재판을 포기할까? 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협박과 압박이 통했다고 본다. 법원에서는 헌법 84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핑계를 댄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틀린 판단이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안정적인 국정수행을 위해 직무상의 행위로 국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94헌마246). 또 헌법 68조2항에서는 대통령 당선자도 궐위 혹은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상실시 60일 이내에 선거하여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된 것으로 기존의 모든 재판을 중단시 이는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군주로 인정하는 것이다. 입법에 이어 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까지 알아서 움직이니 민주당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자기 힘을 믿고 기고만장하면 곧 국민의 무서운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5-06-11 19:59:31

  • [부음] 32년 언론의 길…김정걸 전 매일신문 상무이사 별세

    [부음] 32년 언론의 길…김정걸 전 매일신문 상무이사 별세

    김정걸 전 매일신문 상무이사가 10일 소천했다. 향년 83세. 고인은 경북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매일신문에 입사, 32년간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고인은 매일신문에서 사회 1,2부장, 편집부장, 정치부장 등 다양한 데스크를 거쳤으며 문화사업국장, 서울지사장과 상무이사로 제작국장, 총무국장을 역임했다. ▶김정걸(전 매일신문 상무)씨 10일 별세, 김경애씨 배우자상, 김호성·수연 씨 부친상, 정다은씨 시부상, 김정규씨 장인상. 빈소=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 발인=12일(목) 오전 10시40분. 장지=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

    2025-06-10 15:30:00

  • 학교법인 능인학원(이사장 철산스님) 전교생 대상 자전거라이딩

    학교법인 능인학원(이사장 철산스님) 전교생 대상 자전거라이딩

    학교법인 능인학원(이사장 철산스님)은 지난 31일(토) 전교생을 대상으로 자전거 라이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생들의 인성과 공동체의식을 기르기 위한 이번 행사는 능인 중·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신천과 금호강변 일대에서 자전거를 탔다.

    2025-06-01 18:30:00

  • 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김용덕) 산불성금 1천만원 전달

    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김용덕) 산불성금 1천만원 전달

    (사)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김용덕)은 창립 47주년을 맞아 지난 30일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상북도에 성금 1천만 원을 전달하고 피해 복구와 숲 회복 지원에 나섰다. 성금은 전국 100만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았으며 산불 피해 지역 주민 지원과 산림 생태계 회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2025-06-01 18:30:00

  • [배종찬 칼럼] 3차 대선 TV 토론과 '반이재명' 정서

    [배종찬 칼럼] 3차 대선 TV 토론과 '반이재명' 정서

    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운명의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진영 간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를 통합하고 비상계엄이후 국가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안고 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을 제대로 이끌어 가야하는 숙명을 가진 자리다. 지난 27일 대통령 선거 마지막 TV토론(3차)이 열렸다. 1차 TV토론의 경제 주제, 2차의 사회(사회통합, 연금개혁, 이상기후 등)주제 다음으로 이번 3차는 '정치'였다. 주제가 정해져 있었지만 사실상 모든 이슈가 다 거론되었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네거티브 선거전도 펼쳐졌다0. 그렇지만 3차 TV토론을 통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토론이었다. 진행자가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재명 후보에 대한 최후 검증은 이준석 후보가 질문하고 이재명 후보가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미국과 관계에 대한 부분은 이념 진영 간 대결 구도를 떠나 유권자들에게 주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에서 "과거에도 정당성이 부족한 지도자 같은 경우 대미 협상에서 고생을 하곤 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미국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며 주장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민법을 부각시켰다. "이민법 212조에 따라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 외교에서 이재명 후보가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라며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약점을 가만히 두겠나. 저는 흔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3차 TV토론에서는 코끼리가 등장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과일을 2천800만원어치 먹었으면 2.8톤이다. 집에서 코끼리를 키우는 건가"라고 꼬집었고, 이재명 후보는 "(법인카드를) 쓴 일도 없고 쓰는 것을 본 일도 없다. 엉터리"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재판 받을 의지를 보여줄 생각 없나. 조작 기소라면 무죄를 확신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너무 많은 기소를 해서 재판을 매일 해도 2년이 걸린다"며 "마구 기소해놓고 검찰 국가가 난폭하게 정치 탄압을 했다. 당신은 기소됐으니까 죄인이다, 피의자다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주로 하던 수법이니 자제해달라"고 방어하기도 했다. 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중요한 구도의 축은 '반이재명' 정서다. 마지막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반이재명 정서가 극대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만 18세 이상 전국1000명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5.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물은 결과 43.6%가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 직전 조사 대비 1.5%p 줄어든 수치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직전 대비 0.8%p 오른 42.7%를 기록했다. 1위인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3.2%p에서 0.9%p로 좁혀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8%,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1.8%로 뒤를 이었다. '기타 다른후보' 0.7%, '없다' 2.0%, '잘 모르겠다' 0.4%로 집계됐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과 '인천·경기', '광주·전남북'에서 김문수 후보보다 우세했다. '대전·세종·충남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6월 3일 저녁 8시까지 대통령 선거가 마감되고 개표가 시작되면 당선 후보가 가려질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별로 남지 않았다. 역대 선거와 비교할 때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직업군별 투표율 즉 자영업층 그리고 블루칼라층의 투표율이 어떻게 될지 더욱 주목되는 순간이다. 특히 보수 진영 구도의 중대축인 '반이재명'정서는 어떤 결과로 나올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배종찬 소장(인사이트케이)

    2025-05-28 20:30:00

  • [엄태윤의 국제정세] 트럼프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

    [엄태윤의 국제정세] 트럼프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

    북한 김정은 정권은 지난 30년간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다량의 핵무기를 확보하였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등 각종 전략무기를 개발하고 고도화해왔으며 우리 국민을 향해 협박해왔다. 햇볕정책은 실패하였다. 바이든 정부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단절하고 오직 핵 무력화에 집중하였으며, 핵 무력 정책을 북한 헌법에 명시하여 김정은의 핵무기 확보 의지를 대외에 과시하였다. 이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라면서 대못을 박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암시해왔다. 최근까지 트럼프가 "향후 미북 협상에서 한국을 패싱할 것이다"라는 여론이 제기되었다. 다행히 한·미 양국의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이를 불식시켰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하였다. 트럼프 1기 정부와 비교할 때 2기 정부에서 북한의 핵 위협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1기가 출범했던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러시아의 협조가 가능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추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는 많이 변화되었다.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규탄 성명조차도 채택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의 갈등 국면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중국 압박정책은 바이든 정부에서 강화되었으며, 트럼프 2기에서도 미·중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다. 중국의 대국굴기가 지속되는 한,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 구도는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에 무관심하고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러 군사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1만5천명을 끌어들였으며 그 대가로 북한에 첨단군사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북·러 군사동맹 관계가 밀착되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UN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고 있다. 최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이 미군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도발을 부추기고 주한 미 공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김정은 정권과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의 새빨간 '비핵화 거짓말'에 속았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었다. 국제적인 고립상황을 탈피하고자 트럼프 정부를 이용한 것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에 '종전선언'이란 화두를 던졌다. 북한은 종전선언 조건으로 UN의 대북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무기 한반도 투입 영구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북한 비핵화가 안 된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UN의 대북 제재는 쓸모없으며 북한의 6차례 핵실험과 ICBM 등 각종 도발 행위도 면죄부를 받는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고, 주한미군 철수까지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패망한 월남처럼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지위를 보장받고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원한다. 동북아지역에서는 신냉전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닌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러시아·중국·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서둘러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변화된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에 또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미 정부는 향후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대신,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해주고,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고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해 주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대북 강경정책이 바람직한 때이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2025-05-21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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