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왕자 규와 소백은 왕위를 두고 형제간에 싸움을 벌였다. 이때 규를 받들던 관중은 화살을 날려 소백을 죽이려 했다. 곧 제나라 환공으로 즉위한 소백이 관중을 처형하려 하자 충신 포숙아가 막아섰다. 관중의 인물됨을 역설하며 오히려 재상으로 삼으라고 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관중을 중용한 환공은 춘추시대의 패자로 부상했다.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내용이다.
당 태종 이세민은 현무문(玄武門)의 변을 일으켜 황태자인 형 이건성을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일찌감치 이세민을 경계하며 죽여야 한다고 주청했던 사람이 바로 이건성의 책사였던 위징(魏徵)이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이세민이 위징을 잡아다 "왜 형제를 이간질해 참변을 초래했느냐"고 호통을 치자, 위징은 오히려 "옛 태자가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지경이 되었겠느냐"고 당당하게 맞섰다.
위징의 충심과 강단이 마음에 들었던 이세민은 자신의 신하가 되어 달라고 했고, 위징은 '어떠한 간언(諫言)도 받아들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위징은 황제에게 수없이 쓴소리를 했고, 당 태종은 숱한 갈등과 불같은 화를 참으며 위징의 직언을 받아들였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세로 일컫는 '정관의 치'는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경멸하던 에드윈 스탠턴을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스탠턴의 능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스탠턴은 링컨을 도와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링컨이 암살당했을 때 가장 슬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직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국회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국리민복을 위해서 원수를 동지로 포용하며 직언을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통합의 정치술이었다.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君明臣直)고 했다.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고,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고 했다. 제 편만 챙기고 사탕 발린 소리만 들으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다가 망하는 것은 임금과 간신들의 업보라고 치자. 모진 세월을 피눈물로 감내해야 하는 국민은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또 한 해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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