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사태가 엄중하다. 세계보건기구가 신종코로나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으로 오가는 하늘길이 하나둘 막히고 있다. 중국 현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가동 중단은 마냥 길어지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의 전파 속도를 훨씬 능가한다는 바이러스의 확산은 그 자체로 공포다.
그럼에도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이 하루 1만 명을 넘는다. 미국은 중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자에 대한 입국을 일찌감치 금지했다. 일본은 2주 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북한조차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과 열차 노선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국내적으로도 심각하다. 15명째 확진자가 나왔다. 의심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공연은 연기됐다. 영화관은 텅 비었다.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내수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뜩이나 뚝 떨어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코로나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두 번 했다. 2003년 발병한 사스는 우리나라 GDP 연성장률을 0.25%포인트 낮췄다. 또 2015년 국내에서만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도 GDP를 0.2%포인트 감소시켰다. 내수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를 제때 다스리지 못할 경우 또 국민 삶이 얼마나 더 피폐해질지 가늠조차 어려운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당연히 신종코로나 대응을 국정 제1순위에 두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메르스 사태 때 '정부 무능이 빚은 참사'라며 전 정부를 공격했던 이들이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도대체 어디가 컨트롤타워냐는 말이 또 나온다. 우한 교민을 실어 나를 전세기 운항과 수용 지역을 두고 혼선을 빚더니 잠재적 의심 환자에 대한 관리도 허점을 드러내기 일쑤다. 2차,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상황도 판박이다. 일본에서 감염된 중국인 환자가 국내에 들어와 2주간이나 버젓이 활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누가 봐도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정부가 뒤늦게 중국 후베이성 방문·체류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조치를 내놓았지만 후회막급이다. 정부가 선제적 조치들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발 빠르게 시행하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공허해졌다.
엄중한 시기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주말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공수처 설치를 독려했다. 최강욱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을 기소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향후 공수처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던 그 공수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를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국민은 지금 경제난에 이어 덮친 신종코로나 때문에 겹고통을 겪고 있다. 공수처니 검찰 개혁이니 하는 말은 사치다. 오히려 '권력형 비리 수사'에 칼을 들이댄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수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며 검찰 인사와 공수처 설치에 분노하는 쪽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위하는 국민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국민인가. 대통령은 공수처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경제 부처 장관들을 불러 모아 신종코로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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