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고래논 밑비료 요소 4.5되, 웃비료 복합 1되(※못자리 비료 약했음)/1971년 고래논 요소 5되, 복합 4되(※웃비료 과했음)/1977년 3월 8일 감나무 밑비료 3포, 3월 9일 복숭아 밑비료 1포, 3월 16일 사과나무 비료, 4월 16일 유신 모판 만듬, 5월 9일 송아지 매매 23만5천원….'
평생 농사를 지으며 50년 넘게 영농일지를 쓰고 있는 농부가 화제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 마을의 김영찬(79)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 온 영농일지는 그의 꼼꼼한 성품이 배어나는 '농사 비법'이자 '삶의 이력'이다. 특히 연도별로 비료 살포 시기와 양, 농약 구입 목록, 추곡 수매가와 과일 가격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국내 영농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김 씨의 영농일지 소식을 전해 들은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 관계자는 최근 김 씨 집을 방문해 자료를 살펴본 뒤 농업 역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기증을 권유하고 돌아갔다.
김 씨는 "농사를 짓는 데에는 기억보다 기록이 믿을 만 하다. 1969년 무렵 메모 형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1996년부터 지금까지는 영농일기 형식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수십 여 권의 노트와 수첩에는 각종 영농기록은 물론 집안 대소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한 지난 50여 년 간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여겨 볼만한 대목도 있다. 모심기 품앗이, 저수지 준설 부역 등 마을사람들의 생활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이듬해 농사에 영농일지를 참고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동생들 뒷바라지도 무사히 마치고, 인근에서 농사를 가장 잘 짓는 농부로 소문이 났다.
그는 "농약, 비료 시비량을 정확하게 기록해두면 다음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엔 영농일지를 기록하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떠올렸다.
1969년에 작성한 공책은 이미 누렇게 색이 바랬다. 하지만 그 안에는 논의 형태, 비료 살포량은 물론 논갈이 순서까지 세세한 메모들이 일자별, 항목별로 정리돼 있다. 연도별 추곡 수납가 변동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는 "최근엔 역사공부에 취미가 붙어 문화관광해설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영농일지, 영농일기는 자녀들과 상의해 후대에 남기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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