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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불 난지 3년, 4지구 재건축 '감감'

차일피일 빈터 방치 상인들 한숨…250여명 대체상가로 입주
일부 상인들 시장 떠나기도…추진위 "3, 4월 조합 구성"

2016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가 3년째 방치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016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가 3년째 방치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4일 오후 찾은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활기찬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높은 철제 안전펜스로 둘러쳐진 옛 4지구 터가 보였다. 아케이드 천장에 드문드문 눌어붙어 있는 그을음과 안전펜스에는 대형 화마(火魔)의 상처가 아직 묻어 있었다.

서문시장 4지구는 지난 2016년 11월 30일 일어난 대형 화재로 모두 철거됐지만 3년째 재건축이 이뤄지지 못한 채 빈 터로 방치돼 있다. 4지구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이 안전펜스 주변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화재가 있기 전까지 4지구에서 영업했다는 한 노점 상인은 "단골손님이 모두 사라져 많이 힘들지만 이조차도 구하지 못하고 시장을 떠난 이들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2016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이후 3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4지구 재건축 사업은 기약이 없다. 언제 예전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며 기존 상인들은 속속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옛 4지구 상인들은 "화재 이후 재기에 성공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연말 대목을 맞아 빚을 내 물건을 미리 사둔 이들이 많았는데, 58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가 이 모든 것을 삼켰다는 것이다. 화재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아직 그 빚을 갚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4지구 상인 가운데 250여명은 대체 상가로 지목된 베네시움에 입주했다. 그러나 서문시장과 떨어져 있고 유동인구도 적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부는 매출보다 관리비가 더 많이 나와 이달 14일로 다가온 임대차계약 만료일만 기다리는 있다고 했다.

베네시움으로 옮겨 한복업을 하는 김명옥(73) 씨는 "서문시장에서 장사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옛 단골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가끔 찾아주는 것이 전부"라며 "4지구 시절보다 가게 면적은 좁고 관리비는 비싸졌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당시 현장. 매일신문DB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당시 현장. 매일신문DB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던 4지구 재건축 사업은 차일피일이다. 대구시가 피해 상인들에게 노후된 1지구 건물과의 복합 재건축을 제안하면서 잠시 논란이 일다가 2018년 단독 재건축 추진위가 구성됐다. 그러나 갖가지 이해충돌이 일어나면서 첫 발도 못 뗀 데다 재건축조합 구성도 올해로 밀렸다. 수많은 상인의 애환이 담긴 4지구 터가 3년째 텅 빈 채 방치된 이유다.

이에 대해 김홍관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추진위원장은 "갈등이 일어난 게 아니라 여러 사항에 대해 협의하고 조율하다보니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10일부터 사업추진계획 동의서를 받기 시작할 계획이며 3~4월 중 심의를 완료하고 조합을 구성하면 빠른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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