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산격동 한 헌혈의 집. 원래라면 헌혈자로 붐벼야 할 평일 오후였지만, 헌혈용 간이 침대는 절반 가까이 텅 비어 있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찾아간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헌혈 버스에도 헌혈자들의 발길은 뚝 끊긴 상태였다. 오전 9시부터 6시간이나 버스가 서 있었지만, 헌혈에 참여한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이날 헌혈을 하러 온 김정현(24) 씨는 "보통 20분은 기다려야 했는데, 오늘은 오자마자 문진을 받고 헌혈을 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확산하면서 애꿎은 혈액 수급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방학과 명절로 가뜩이나 헌혈자가 줄어드는 겨울철, 신종코로나 여파까지 사회를 강타하며 헌혈 참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대구경북의 헌혈 참여자 수는 7천321명. 이는 최근 5년 간 같은 기간 헌혈 인원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헌혈자가 크게 줄면서 혈액 수급도 비상 상황이다. 4일 오후 4시 기준 대구경북혈액원이 보유한 혈액량은 불과 하루분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 보유량이 하루 분 미만으로 떨어지면 '심각' 단계로 분류한다.
특히 예정됐던 단체 헌혈이 신종코로나 여파에 줄줄이 불발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1월 말까지 적십자사 대구지부에 헌혈 버스를 예약했던 단체 중 19곳이 예약을 취소, 모두 1천560명의 헌혈 참여가 무산됐다. 헌혈의 집 한 곳에서 하루 평균 40명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단체 헌혈 무산으로만 39일치의 혈액량이 사라진 셈이다.
대구 곳곳에 마련된 헌혈의 집에서 애타는 헌혈 독려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외출까지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큰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이기훈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팀장은 "안정적인 혈액 보유량을 확보하고자 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 혈액을 확보하는 중이다"며 "헌혈 장비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는 등 시민들이 안심하고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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