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19 위기, 일하는 방법을 바꾸자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일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이 확산되면서 슬렉이나 MS 팀즈, 네이버의 라인웍스와 같은 협업 툴을 도입하고 화상회의를 하는 조직이 많이 늘었다.

오래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일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했다.

일하는 방법의 변화는 MS 팀즈와 같은 툴이나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와 같은 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인식이 변하고 제도가 변하고 툴이 변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인데, 이번 변화는 코로나19라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 강제된 부분이 있어 우리의 인식이 제도의 변화를 못 따라 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과 관련된 우리 인식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상수인 초연결성 시대에 우리의 일하는 방법은 '무엇이 변해야 할까'이다.

첫째는 일의 주체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이제 일의 중심이 조직이 아닌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예전 일본에 단괴 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일본 전쟁 후 제조업 중심의 고도 성장기를 이끈 세대를 말한다.

일본어로는 단카이(だんかい·團塊)로, 단괴는 퇴적암 속에서 어떤 특정 성분이 농축·응집되어 주위보다 단단해진 덩어리를 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단단하게 하나로 뭉쳐진 조직이 일사불란한 수직적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성과를 냈었던 것이다.

오늘의 시대 중심 기업들은 제조업이 아니다. 미국은 FANG, 중국은 BAT와 같은 디지털 기업, 플랫폼 기업들이 산업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개인의 창의성에 기반한 개방성, 자율성이다.

단단한 덩어리와 같은 단괴에는 개방성, 자율성이 들어갈 틈이 없다. 특히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 개인의 창의성은 자랄 수 없다.

둘째는 일을 하는 방법이 변해야 한다.

계획보다는 대응이 중요할 수 있다. 통제 불가능한 변화에 대한 대응 자세의 이야기이다.

변화를 통제할 수 있을 때 일의 접근 방법은 톱 다운 식의 일사불란한 폭포수와 같은 방식의 접근이 효율적이었다.

전체 일을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돌격대' '100일 작전'과 같은 방법이다. 실제로 한강의 기적이, 중동의 수주가 그렇게 가능했다.

이 반대의 접근 방법으로 '대응'에 초점을 둔 애자일(민첩하게) 방식이 있다. 애자일은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방식이다.

셋째는 '일을 하면서 어디를 볼 것인가' 시선의 문제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를 지향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감지와 대응을 넘어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이제 시선은 내부가 아닌 외부를 향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조직 내부의 자원만 가지고 따라잡고 해결할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

외부의 자원을, 천재를 활용해 문제를,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고 해결해야 한다.

초연결성 시대를 VUCA의 시대라고 말을 한다. 변동성이 크고(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시대라는 말이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VUCA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 이 시대 일하는 방법의 무게중심은 조직에서 개인으로, 계획에서 대응으로, 내부에서 외부로 옮겨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가능하지 않고 통제 불가능한 일들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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