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기찬 삼성 구단주 리빌딩, 어떤 역사 남길까

삼성 팬들 맹목적 우승 요구 안해…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학수고대
그룹차원 '전력 강화 방안' 내놔야

원기찬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원기찬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어쩌다 삼성이 이렇게 되었나. 삼성 야구 때문에 대구가 부끄럽다. 아버지(이건희)와 아들(이재용)은 다른 것 같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환경이 바뀐 만큼 이제 삼성의 우승 도전은 남의 일이 아닐까…."

지난 2월 6일 자 '4년 망가진 삼성 야구, 부활 책임자가 없다'는 본지 기사에 대한 피드백이다.

가장 뜨겁게 반응이 온 주체는 역대 삼성 라이온즈 종사자들이었다. 야구단 살림을 살아 보고 선수단으로 몸담았기에 이들은 삼성 추락의 문제점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격하게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진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프런트 출신 A씨는 대구경북 지역 언론을 이끄는 매일신문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야구팬 등 지역민들의 여론 형성을 잘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매일신문이 예전부터 야구단을 질책하며 삼성그룹과 우승의 뜻을 함께 한 점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B씨는 최근 4년 연속 추락에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이 1990년대 실패를 극복하고 2000년대 최고 명문구단으로 우뚝 선 점을 강조하며 우승 경험을 살려 리빌딩하면 된다고 했다.

팬들은 이제 맹목적으로 우승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최소한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춰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얘기도 있었다.

1만 명 수용에 허덕이던 대구시민야구장을 떠난 지 이제 5년째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가을야구가 다시 열리는 시즌을 삼성 팬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런 팬들의 열망을 풀 해결사로 원기찬(사진) 전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0일 야구단의 구단주 겸 대표이사로 등장했다. 그는 프런트와 선수단을 이끄는 야구단의 14번째 수장이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성에서는 지난 시즌까지 38년 간 이수빈, 이종기, 편송언, 안덕기, 김흥민, 이광진, 전수신, 한행수, 신필렬, 김응용, 김인, 김동환, 임대기 등 13명이 사장을 역임했으며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3년이다.

이들 중 4명이 5시즌 이상 사장을 역임하며 장수했고,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제2대 이종기(1983~1988년) 사장은 1985년 사상 최초의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정상에 섰다. 이후 한국시리즈 흑역사를 거쳐 신필렬(2000~2004년) 사장이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제패의 영광을 일궈냈다. 최초 야구인 출신 사장인 김응용(2005~2010년)은 최장수하며 2005·2006년 2연패를 달성했다.

최고 성적을 남긴 사장은 김인(2011~2015년)이다. 그는 재임 5시즌 동안 정규리그를 5연패했으며 한국시리즈 4연패(2011~2014년)의 금자탑을 쌓았다.

신임 원 사장은 역대 최악의 성적(2006~2009년, 9위·9위·6위·8위)을 남긴 제12대 김동환, 제13대 임대기 사장에게서 바톤을 이어받았다. 원 사장이 뒷걸음질하면 삼성은 꼴찌라는 경험해보지 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스포츠의 힘은 경쟁(성적)이다. 이는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아 후세를 자극한다. 기록을 만든 책임자는 역사에 남는다. 원 사장이 리빌딩에 나설 삼성은 나중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원 사장은 연봉협상 과정 등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진 선수단의 사기를 높이는 방법을 당장 찾아야 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력 강화 방안을 삼성그룹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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