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병변장애를 앓는 A(17) 양은 7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개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낑낑대며 컴퓨터를 켠 A양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간단한 타자를 치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두 손이 불편한 탓에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A양은 "엄마가 일이라도 나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는데 집에서 혼자 수업을 들으면 내용을 몰라도 그냥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애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한숨 짓고 있다. 9일 전국 중3과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초·중·고가 온라인 개학에 들어가지만 장애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이 또 하나의 거대한 장애물이다. 교육부는 장애별 수요조사를 통해 맞춤형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장애인 부모들은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B(18) 군은 사시가 심해 온라인 강의에 앞서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 TV 만화를 봐도 모니터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일 온라인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B군의 어머니 C(49) 씨는 "과제물로 온라인 출석을 대체한다는 얘기도 있어 학교에 문의했지만 '아직 잘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부모가 대신 제출하는 수밖에 없다"며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장애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은 전혀 의미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이 이렇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학생별 장애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인 온라인 개학을 하는 건 맞지 않다. 이를 철회하고 교육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구시교육청은 7일 시각·청각 장애학생에게는 별도의 점자,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발달·지체 장애학생에게도 학부모 상담을 통해 1:1 순회강연을 하고, 개별 교재로 구성된 학습꾸러미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 체제가 아직 정립이 안 돼 각 학교에서도 당황스러워 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일단 먼저 시행한 뒤 불편 민원을 받아 추가 해결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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