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남기 위해…'배달앱 평점 경쟁' 내몰린 음식점들

앱 활용이 수익 좌우…'배민' 맛집 리뷰 보고 주문
비용들여 서비스에 이벤트…수수료 제하면 남는 것 없어
디지털 취약 고령 업주들 "이것까지 따라가려니 힘겨워"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앱 이용이 늘면서 음식점들이 '생존을 건 평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평점이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평점에서 밀리면 가게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손해를 보더라도 평점 올리기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지만 60대 이상 업주들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디지털 문맹의 그늘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북대 음식점 골목들이 3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배달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코로나19 여파로 경북대 음식점 골목들이 3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배달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7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 가게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배달의 민족 주문"이라는 앱 주문 소리가 울렸다. 업주 A(29)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음식 먹으러 오는 사람은 많이 없어졌는데 그만큼 배달량이 늘어 점심시간만 되면 바쁘다"고 했다.

비결은 평점이다. 이곳은 맛집 평점 5점 만점 중 4.7점으로, 지역 내 분식 순위에서 7번째다. A씨는 "사람들이 평점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다 보니 배달 앱 리뷰에 매우 민감해졌다"며 "고정비용을 들여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리뷰를 부탁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구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B(34) 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B씨는 서비스를 주는 대가로 좋은 리뷰를 써주는 이벤트뿐 아니라 가게 광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광고를 많이 낼수록 이용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B씨는 "하루 매출은 300~400만원 정도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조금 늘었지만 서비스 비용과 광고비,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오히려 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평소 해당 가게를 직접 통하지 않고 앱으로만 주문한다는 장선희(23) 씨는 "평점이 4.0 아래면 주문하지 않는다"며 "음식을 주문하기 30분 전부터 리뷰나 평점을 꼼꼼히 살핀다"고 했다.

평점 경쟁의 불똥은 앱 활용에 취약한 고령층 가게 주인들에게 튀고 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C(67) 씨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앱에 업체를 등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C씨는 "평소보다 매출이 70% 이상 급감했지만 앱에 등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포기했다"고 했다.

배달 앱에 등록해도 관리가 쉽잖다. 평점 2.5점인 분식집을 운영하는 D(64) 씨는 "눈이 침침해 컴퓨터로 고객들의 요청 사항을 하나하나 읽기가 힘들고 어떨 때는 누락됐다는 항의가 오기도 한다"고 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D(64) 씨는 배달앱에 가게를 등록했지만 배달앱을 통한 주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배달앱에서 확인해보니 평점은 2.5점이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 캡처
분식집을 운영하는 D(64) 씨는 배달앱에 가게를 등록했지만 배달앱을 통한 주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배달앱에서 확인해보니 평점은 2.5점이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 캡처

강보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코로나19가 더해져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에 등록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앱에 등록해 매출은 늘더라도 그에 따른 고정비용이 추가돼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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