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원동산 번식지에서 육아가 한창인 수리부엉이 가족이 방문객들의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연기념물(324호)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가 새끼 2마리를 키우고 있는 곳은 수상 탐방로와 인접한 하식애(절벽). 지난 3일 수상 탐방로에는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해질녘까지 이어졌다. 거기다가 전국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도 삼각대를 받쳐 놓고 종일 진을 쳤다.

둥지에서 수상 탐방로는 사람들의 표정마저 빤히 내려다보이는 20m 남짓한 거리. 사진작가들의 잡담과 탐방객의 휴대폰 노래, 반려견 짓는 소리가 곧장 절벽을 타고 부엉이 둥지를 때렸다. 소음에 놀란 어미는 새끼를 둥지 위쪽 숲이 우거진 은신처로 숨겨놓고 뿔뿔이 흩어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어둠이 내려서야 멀리서 지켜보던 어미가 둥지로 돌아왔다. 전날 사냥해 숨겨둔 비둘기 먹이로 새끼를 불러내 배를 채우게 했다. 어둠속에 재회한 어미와 새끼 모두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다.
천혜의 요새였던 화원동산 부엉이 번식지가 2년 전 수상 생태탐방로 설치로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이곳에는 수리부엉이 외에도 칡부엉이, 참매, 큰말똥가리, 황조롱이, 삵, 황구렁이 등 다양한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며 번식 중이다.
수리부엉이 가족에게 '사람' 은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올해 둥지를 지난해 보다 탐방로에서 더 먼 곳으로, 더 가파른 절벽으로 옮겨 온 이유다. 번식기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수리부엉이는 화원동산을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동물전문가들은 수리부엉이가 최상위 포식자로 인근 달성습지 생태계 조절자 역할을 하며 새끼를 무사히 키울 수 있도록 탐방객의 세심한 배려와 당국의 효율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탐방로를 관리하는 달성군 시설관리공단측은 부엉이 서식 안내문이 방문객의 관심을 불러 역효과가 우려돼 철거했다가 지난 8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하여 쉿! 조용히 산책해 주세요' 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다시 걸고 방문객의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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