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낯선 병실에서 불안해 할 장애인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이들을 돌볼까 싶었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을 돌보려 음압병실 입원을 자원했던 사회복지사가 있다. 물론 함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완치돼 지금도 매일 서로에 의지하며 지낸다. 경북 칠곡군 밀알사랑의집(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지도원으로 근무하는 안규덕(58) 씨 이야기다.
이곳에선 지난 2월 24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모든 종사자와 거주자에 대한 검체 검사 결과 종사자 6명, 거주자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양성 판정을 받은 장애인 A씨에겐 자폐 증세가 있어 유대관계가 없는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수검사 당시 음성 판정을 받아 안도했던 안 씨는 평소 가족처럼 지낸 A씨를 그냥 둘 수 없었다. 결국 그는 2월 25일 포항의료원 음압병실에 A씨와 함께 입원했다.
안 씨는 음압병실에서 24시간 A씨 곁에 머물며 목욕과 식사, 신변처리를 도왔다. 전신방호복 등 방역물품이 부족해 마스크와 비닐 앞치마 정도만 착용했다. 더욱이 식사 때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 '감염될 수 있겠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입원 5일차부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안 씨는 극심한 피로감에 더는 간병이 어렵다고 판단해 29일 퇴원했고, 자가격리 중이던 3월 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설상가상 김천의료원에 입원한 뒤 폐렴 증세가 악화돼 호흡 곤란으로 상급병원인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수면 산소치료를 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 이른 것도 수 차례였다. 안 씨는 "숨이 막혀 '내 생명이 여기까지구나'라고 느낀 게 네다섯 번이었다. 치료받는 게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도록 놔두지'라는 생각에 치료를 중단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면서 안 씨는 지난 4일 퇴원했다. 아직 예전 같은 몸 상태는 아니지만 쉬는 날 없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다시 출근하고 있다. 안 씨가 돌봤던 A씨도 완치돼 시설에서 함께 생활한다.
"감염병에 걸린 중증 장애인을 돌볼 간병인이 없는 게 큰 문제입니다. 죽을 각오가 아니라면 누가 간병하려 하겠습니까. 식사나 양치, 대소변 처리를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전문 간병인력 양성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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