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미래한국당 김예지 후보가 안내견 조이와 함께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미래한국당 김예지 후보가 안내견 조이와 함께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1. 어느 날 갑작스레 할아버지로 '승격'되었다. 당연히 아내는 할머니가 되었고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일이라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자식의 일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2월 말이었나. 서울 사는 딸이 전화를 했다. 제 집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갑자기 돌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와서 '애들'을 좀 데리고 가라는 거다.

가긴 가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구가 한창 어수선하던 때라 서울길이 조심스럽기만 했다. 도둑고양이 부뚜막 들어가듯 주말 저녁 어스름에 살며시 '잠입'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남이 볼 새라 도망치듯 돌아왔다.

난데없이 '손주'들이 생기게 된 사태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똥오줌은 어찌 처리하며, 밥 시중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 털이 온 집 안에 날리게 될 것도 걱정 중의 걱정이었다. 곳곳에 철망을 치고 스크래치 방지 필름을 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반려묘들과의 동거가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애들과도 많이 친해져 이젠 녀석들이 슬쩍 다가와 먼저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잠옷 사이에 박힌 털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그래, 살아 보니 살게 되는가 보다.

#2. 시각장애인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당선인이 되자, 그의 안내견이 국회에 들어가는 문제를 둘러싸고 잠시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개가 국회 본회의장이나 다른 회의장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눈이나 마찬가지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텐데, 그게 왜 논란거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회는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해왔다고 한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놀라웠다. 출입 허용이 '헌정 사상 최초'라는 말도 부끄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벌이는 '이전투구'를 개가 보고 놀랄까 봐 그랬던 건…?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삶의 방식을 바꾸려니 뭔가 불편할 것 같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함께 살기'가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색함, 불편함 때문에 언제까지 '외면'해서야 될 것인가. 살다 보면 살게 된다.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9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 비정규직 일부 직종에 대한 휴업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9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 비정규직 일부 직종에 대한 휴업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코로나19 사태 속에 대구에서는 학교 비정규직(교육 공무직) 직원들과 교육청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리사 등 6개 직종에 대해 교육청이 강제 휴업 명령을 내리자, 이들이 출근 허용을 요구하며 저항하고 있다.

근무한 일수만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직 직원들은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당장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겨울방학 동안 급여가 거의 없었는데, 3, 4월까지 출근을 못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 인원이 3천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휴업수당으로 70%를 보전해준다고는 하지만, 원래 액수가 많지 않은 급여라 30% 삭감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당초 총액 연봉 보장을 약속했던 교육청이 방침을 바꾼 게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도 없는데 출근해도 할 일이 없다는 교육청과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것 같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함께 살기가 여기선 통하지 않는 걸까, 대구에서만. '먹고사는'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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