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갑작스레 할아버지로 '승격'되었다. 당연히 아내는 할머니가 되었고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일이라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자식의 일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2월 말이었나. 서울 사는 딸이 전화를 했다. 제 집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갑자기 돌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와서 '애들'을 좀 데리고 가라는 거다.
가긴 가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구가 한창 어수선하던 때라 서울길이 조심스럽기만 했다. 도둑고양이 부뚜막 들어가듯 주말 저녁 어스름에 살며시 '잠입'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남이 볼 새라 도망치듯 돌아왔다.
난데없이 '손주'들이 생기게 된 사태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똥오줌은 어찌 처리하며, 밥 시중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 털이 온 집 안에 날리게 될 것도 걱정 중의 걱정이었다. 곳곳에 철망을 치고 스크래치 방지 필름을 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반려묘들과의 동거가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애들과도 많이 친해져 이젠 녀석들이 슬쩍 다가와 먼저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잠옷 사이에 박힌 털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그래, 살아 보니 살게 되는가 보다.
#2. 시각장애인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당선인이 되자, 그의 안내견이 국회에 들어가는 문제를 둘러싸고 잠시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개가 국회 본회의장이나 다른 회의장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눈이나 마찬가지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텐데, 그게 왜 논란거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회는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해왔다고 한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놀라웠다. 출입 허용이 '헌정 사상 최초'라는 말도 부끄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벌이는 '이전투구'를 개가 보고 놀랄까 봐 그랬던 건…?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삶의 방식을 바꾸려니 뭔가 불편할 것 같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함께 살기'가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색함, 불편함 때문에 언제까지 '외면'해서야 될 것인가. 살다 보면 살게 된다.

#3. 코로나19 사태 속에 대구에서는 학교 비정규직(교육 공무직) 직원들과 교육청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리사 등 6개 직종에 대해 교육청이 강제 휴업 명령을 내리자, 이들이 출근 허용을 요구하며 저항하고 있다.
근무한 일수만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직 직원들은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당장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겨울방학 동안 급여가 거의 없었는데, 3, 4월까지 출근을 못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 인원이 3천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휴업수당으로 70%를 보전해준다고는 하지만, 원래 액수가 많지 않은 급여라 30% 삭감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당초 총액 연봉 보장을 약속했던 교육청이 방침을 바꾼 게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도 없는데 출근해도 할 일이 없다는 교육청과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것 같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함께 살기가 여기선 통하지 않는 걸까, 대구에서만. '먹고사는'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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