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평리동에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성수(가명·56) 씨는 지난 두 달 사이 체중이 6kg이나 빠졌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도 못한 채 굶거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날이 태반인 탓이다. 그는 "최근에 간편식이라도 전달해주는 무료급식소가 생겨 다행"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제히 문을 닫았던 대구시내 무료급식소들이 서서히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상당수 무료급식소에선 아직 밥과 국이 아닌 간편식을 제공하지만 장기간 굶주림에 시달린 소외계층, 노숙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에 등록된 무료급식소 48곳 중 16곳이 현재 운영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대부분 무료급식소가 이달 초순과 중순부터 간편식 제공 등 대체급식으로 문을 열었다.
대구 서구 '청솔 섬김의 집'은 이달 6일부터 기초생활수급자 120명에게 일주일치로 포장된 쌀과 봉지라면을 나눠주고 있다. 대구 중구 '요셉의 집'은 주 5회 도시락을 나눈다. 직접 급식이 어려워 오전 9시부터 도시락 250여 개를 나눠주는데 1시간도 안 돼 동이 날 정도로 인기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석동호(가명·73) 씨도 이곳에서 받은 도시락이 하루 중 유일하게 먹는 쌀밥이라고 했다. 석 씨는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얼굴이 축난 게 보여 보릿고개 저리가라 할 정도"라며 "이렇게라도 음식을 주니 무척 고맙다"고 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기다려온 이들이 많다 보니 다른 무료급식소들도 조심스레 재개를 준비중이다. 대구 서구 '엄마의 집'은 오는 28일부터 쌀국수를 제공할 예정이다. 엄마의 집 관계자는 "감염 예방을 위해 급식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지만, 어르신들이 밥을 굶는 상황을 뻔히 아니 봉사자들도 마음 아파한다"며 "간편식, 도시락 제공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저소득 재가노인 식사 배달사업'을 통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한 급식 지원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운영 독려로 다음 달 초에는 문을 여는 무료급식소가 24개로 늘어난다"며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주관 '안녕한 한 끼 드림 사업'을 통해 5월부터는 매일 도시락 4천160개를 무료급식소에 제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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