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지식재산권도 소통이 우선이다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계절의 여왕 5월이 목전이다.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을 겪은지라 5월을 맞이하는 각별함이 사뭇 남다르다. 5월은 기념일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가족을 포함한 소중한 관계를 기념하는 일정이 다수이니 지금 같은 시기에 더 의미 있게 여겨질 5월이다.

아무래도 현업이 지식재산 관련 업무이다 보니 특별히 눈길이 가는 기념일은 발명의 날이다. 1441년(세종 23년) 4월 29일(양력으로 5월 1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한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1957년 5월 19일부터 시행되었으니 꽤 오래전에 기념일로 지정된 셈이다.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 특허법에서 정한 발명의 정의이다. 또한 특허법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특허법 제1조)하고 있다. 결국 발명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그 전제로서 이용이 도모되어 기술 확산을 통한 인류 공영이 전제돼야 한다. 흔히 특허는 독점적 권리이며 자신의 발명을 제3자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것과 분명 구분되는 정의이다.

특허 제도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가에 대한 반론 역시 일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허 제도가 혁신을 주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오히려 특허권은 자신의 부를 지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일컫는 '특허경영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ies)의 등장으로 특허권의 폐해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NPE는 실제 개발이나 발명을 하지 않으면서 매입한 특허를 기반으로 소송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단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바가 없음을 이유로 많은 사회적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논란의 여지를 떠나 특허법은 지속적으로 그 보호 영역을 넓혀왔다. 발명의 보호 대상을 확대해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도 특허로 독점적 권리화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도 발명의 대상으로 하는 법 개정이 일부 국가에서 추진 중이다. 더불어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지속적으로 특허권은 강화되었으며, 그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선진국들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특허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훗날 특허사를 연구하는 이들은 2019년을 꽤나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할 듯하다. 고의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제화가 이루어졌고, 미완성 발명의 범위를 완화하는 판례와 나아가 발명의 본질에 기초해 특허 침해의 균등 범위를 확대하는 판례도 종전과 분명히 대비되는 대법원의 판단이다. 기술 우위의 독점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함에 따라 특허권자의 보호를 한층 강화했다고 할 수 있다.

특허 제도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개발한 제품이 손쉽게 복제된다면 누구라도 선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산업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개발 결과에 부여된 독점적 지위를 부의 창출, 유지를 위하거나 혹은 자국 보호의 무기로만 활용한다면 이는 진정한 특허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적 이슈화하고 있다. 국가 간 왕래와 소통에 우선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단연 경제 재건이 우선될 터이다. 이런 와중에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행여 특허권이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단순한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예외 없이 국가 간 공조, 소통과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시대 지성들의 호소 또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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